[소비자경제신문 소비자주권 칼럼] 시장의 수많은 제품에 대해 올바른 표시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과 함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식품표시·광고법’이 시행되고 있다.

부당한 표시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표시광고법’에서 ‘표시’는 상품의 내용, 거래조건, 거래에 관한 사항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다시 세분화한 내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하다. 또한 ‘광고’란 신문, SNS 등을 이용 표시사항 등을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비자 밀접 5개 분야 관련제품에 대한 허위·과대광고 점검에서 총 725건을 적발조치’ 등과 같은 기사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연일 회수식품 또한 발생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유통 허위·과대광고가 급증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적발된 건 수가 무려 28만6179건에 달한다.

현실이 이렇다면 그 원인과 문제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사실 소비자는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불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나 특별한 대책 없이 숨바꼭질만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출범과 함께 소비자 알권리와 권익보호를 위해 여러 분야별 제품의 표시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조사과정에서 표시실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실효성 없는 표시정보’, ‘알 수 없는 표시정보’ 라는 것이다. 대부분 일반소비자가 표시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소비자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한다.

이에 대한 사항 중 몇 가지만 보면 이렇다. 모든 식품에서 원재료와 원산지에 대한 표시정보는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사항이다. 그래서 소비자와 공급자간 신뢰관계를 형성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원산지 정보는 원재료에 대한 제품의 안전성과도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 요령’에는 복합원재료를 사용한 경우와 농수산물 가공품에 사용되는 복합원재료가 국내에서 가공된 경우는 복합원재료 내의 원료 배합비율이 높은 두 가지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한다.

또 복합원재료 내에 다시 복합원재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복합원재료 내에 원료 배합비율이 가장 높은 원료 한 가지만 표시하도록 한다.

‘원료 원산지가 자주 변경되는 경우의 원산지 표시’ 방법에는 원산지 표시대상인 특정 원료의 원산지 국가가 최근 3년 이내에 연평균 6개국을 초과하여 변경된 경우, 정부가 가공품 원료로 공급하는 수입쌀을 사용하는 경우, 복합원재료 내 표시대상인 특정 원료의 원산지 국가가 최근 3년 이내에 연평균 3개국 이상 변경됐거나, 최근 1년 동안에 3개국 이상 변경된 경우에는 "외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으로 볼 때 제도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무엇 때문에 제도를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산’이 도대체 지구상 어느 곳이란 말인가? 물론 표시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에 반하고 전혀 실효성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도대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혼합간장에서 혼합비율은 제품의 품질을 가늠하는 핵심사항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는 혼합비율 기준점을 정하지 않아 아예 없다. 저 비용으로 단기간 내에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간장이 산분해 화학간장이다.

산분해 간장은 생산제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위해물질인 3-mcpd가 생성된다. 잔류 허용기준치에 대한 기준이 유럽의 0.02mg/kg보다 우리가 0.3mg/kg이어서 무려 15배나 높음에도 제도가 너무 관대하다는 것 때문에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논란은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노력으로 의견이 반영되어 개선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다행이다.

이와 같은 혼합간장은 혼합비율기준이 없기 때문에 영업자가 알아서 적당하게 양조간장 등과 섞어 출시한 제품이 일명 혼합간장이다. 제품 이름도 세탁하고 제조공정을 알 수 없는 소비자는 표시정보만으론 이와 같은 사항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잘 알지 못하고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것이 소비자 기만행위이고 제도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밖에 각종 첨가제에 대한 정보의 미흡한 점이나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각종표시정보는 가독성 측면에서 봤을 때 엉망진창 그 자체다. 제품마다 제조사마다 활자체 등등 그야말로 내 맘 대로다. 특히 영양정보표시의 경우 성분함량 표시에 대한 기준 없이 공급자마다 다르게 ‘1일 영양성분, 총 내용량, 100g 당’ 각각의 기준 여부가 불명확하게 되어 있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표시정보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기를 단순하게 ‘밀, 메밀’이라 표기하고 있다. 알레르기물질임을 스스로 알고서 이용하라는 것이다. ‘알레르기 유발물질 밀, 메밀함유’라 표시하면 안 되는 것인가. 이를 몰라서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 싶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말뿐이고 제도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혼입가능성이 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도 <이 제품은 메밀을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한다면 <이 제품은 알레르기유발물질인 메밀을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와 같이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표시·광고는 소비자와 제조업자 간 최후의 소통통로이며 상호 보완관계이다. 따로 떨어져서 절대 갈 수도 없다. 소비자는 정보취득에 있어서 약자다. 제도는 공정함을 원칙으로 해야 하지만 결국은 약자에 대한 상생과 배려이다.

제도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표시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공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효성 있는 상생관계 구축을 위한 소비자를 위한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칼럼니스트=나태균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고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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