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큰형님이자 전경련 대표, 미중일 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 중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지역 소비자와 만나야 하는 GS그룹 수장
‘4세 경영’ 앞두고 원활한 세대교체도 숙제, 스마트 젠틀맨의 선택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요즘 '전경련 회장'으로 매우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수출 규제, 한미 관세 협상, 중국발 무역 이슈 등 여러 현안 속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8일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허창수 회장이 기념 촬영 후 악수하는 모습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요즘 '전경련 회장'으로 매우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수출 규제, 한미 관세 협상, 중국발 무역 이슈 등 여러 현안 속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8일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허창수 회장이 기념 촬영 후 악수하는 모습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현재 우리나라 재계 ‘큰형님’은 누굴까. 최근 한 기업인에게 이 질문을 던졌더니 “큰형님의 역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차나 전경련 회장이라는 직함을 감안하면 허창수 회장이 아무래도 큰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기업인은 “허창수 회장보다 선배 기업인도 많지만, 요즘 재계에서 가장 바쁘게 다니며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바로 그 분”이라고 덧붙였다.

허창수 회장은 GS그룹 수장이다. 2004년부터 GS그룹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을 전면에서 이끌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경련 회장’으로 소비자들의 귀에 더 많이 오르내렸다.

상황이 그랬다. 수출 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자동차 관세 부과 이슈에 따른 한미 협상, 주요 교역국이면서 정치 외교 관련 외슈가 복잡하게 얽힌 중국과의 문제 등이 최근 재계와 산업계에서 계속 제기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재계 대표자로서 참가해야 할 자리가 많고 해야 할 말도 많았다. 허창수 회장은 최근 수개월간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경제인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다양한 행보를 걸어왔다. ‘큰형님’ 얘기도 그 과정에서 나왔다.

◇ “대화로 한일 협력관계 심화시켜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자”

하나씩 짚어보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5일 오전 일본 도쿄 경단련 회장에서 ‘제 28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허창수 회장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양국 경제계는 “어떠한 정치, 외교 관계 아래에서도 민간교류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전제하면서 “대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 산업 협력관계를 한층 확대·심화시켜 아시아 및 세계 경제의 발전에도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허창수 회장은 “양국 경제계가 경제, 산업 협력 발전의 기반으로서 양호하고 안정적인 정치, 외교 관계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고 미래지향의 한·일 관계 발전에 공헌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나라가 1965년 국교정상화 후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항상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만큼 당면한 무역갈등도 조속한 시일 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세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손해일 것”

허창수 회장은 지난 10월 자동차 관세 관련 이슈가 한창일 때, 미국 상무부에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 줄 것을 직접 요청한 바 있다.

허창수 회장을 단장으로 한 전경련 대미사절단은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 부차관보를 면담했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최근 한국기업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고용창출을 일궈내는 등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도모하는 이 시기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는 양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허 회장은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동차가 핵심 수출품인 한국에 큰 손실이 될 것이며,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자동차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미 현지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면서 ‘협상의 기술’도 선보였다. 우리의 어려움만 읍소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미칠 영향도 언급하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허 회장의 관록이 돋보였다.

허창수 회장은 데이비드 밀 국무부 통상 담당 부차관보와의 면담에서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 미국의 국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허 회장은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 공조는 필수적이며, 경제적 관점에서도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한·미·일 공조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인들은 여러 과제와 싸워야 한다. '재계의 큰형님'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은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허창수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대내외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인들은 여러 과제와 싸워야 한다. '재계의 큰형님'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은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허창수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 “무역강국인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앞서 9월에는 중국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허 회장은 글로벌 자유무역질서 회복을 위해 한국과 중국간 공조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양국간 무역·투자협력 증진과 4차 산업혁명 협력 강화 위한 비즈니스 협력모델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지난 9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제 8차 한중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 개회사를 통해 “무역강국인 두 나라가 글로벌 자유무역질서 회복을 위해 한·중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맞는 중국의 개혁과 성장은 한국 경제와 기업에도 많은 기회를 제공해 왔다”고 치하하면서 "양국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프리미엄 소비재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로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창수 회장이 혼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경련 대표 자격으로 그 자리에 선 것이다. 하지만 주요 재계 인사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을 고사하는 분위기에서, 허 회장은 수년째 그 자리를 지키며 후배 재계인들을 이끌고 있다. 이 부분만으로도 현재 국내 재계에서 허창수 회장의 기여도는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절로 생긴다”

GS그룹 수장으로서의 허창수는 어떨까. 허창수 회장은 평소 조용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지만 성격은 매우 치밀하며, 격식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GS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허창수 회장은) 스마트한 젠틀맨”이라고 말했다.

경영에 있어서는 중요한 큰 줄기와 방향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전문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권한을 맡기는 성향이다. 평소 ‘재계의 신사’로 불렸다.

과거에는 외부로 드러나는 활동을 잘 하지 않았으나 LG와의 계열 분리 후 GS그룹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적극적인 외부 행보를 보였다. 요즘은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면서도 주요 계열사를 자주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활동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앞에 나서기보다 일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뒤에서 챙기는 역할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2005년 GS그룹이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외부활동도 활발히 시작했다. GS그룹 회장으로서 일선 현장을 돌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등 현장경영을 강조했다.

경영에 있어서는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지난 10월 16일 열린 GS임원 모임에서도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절로 생긴다’ 옛말을 소개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경영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자신감 있고 능동적인 자세로 대응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창수 회장은 재계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것 말고도, GS의 미래 사업을 이끌고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과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재계의 신사'답게 그 과정을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끌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은 허 회장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허창수 회장은 재계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것 말고도, GS의 미래 사업을 이끌고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과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재계의 신사'답게 그 과정을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끌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은 허 회장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새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과 패턴으로 소비하는지 연구하자”

허 회장이 기본기와 더불어 또 중시하는 것은 새로운 소비자층을 발굴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는 ‘밀레니얼 세대’와 ‘동남아 시장’등이다.

GS그룹은 지난 8월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를 열고 저성장 시대가 그룹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허창수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고령화·저출산의 인구 변화와 신규 성장동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저성장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밀하면서 “기존의 사업 방식과 영역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의 소비자를 이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해외시장에 주목했다. 그는 “신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어떤 생각과 패턴으로 소비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에 어떤 기회가 있으며, 앞서 나간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꿰뚫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GS 계열사들은 젊은 세대 고객의 성향과 구매패턴에 맞춘 전략을 시행 중이다. 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우버이츠와 배달 협업을 시작했고, GS홈쇼핑은 5월부터 모바일 전용 생방송 횟수를 3배 늘렸다.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다.

허장수 회장은 “환경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할수록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첩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조직 전체가 목표와 인식을 같이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빠른 실행력과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조직원들과의 효과적인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 재계의 신사이자 큰형님, 슬기로운 해결사 될까?

GS그룹과 허창수 회장에 대한 또 하나의 관심은 추후 경영권 승계 문제다. 재벌가 대기업의 상속 및 경영 승계 문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늘 관심이지만 GS그룹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세대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48년생으로 칠순을 넘긴 허창수 회장이 여전히 그룹 일선에서 뛰고 있어서다.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장자 승계 등의 특별히 정해진 상속 원칙이 없다. 현재 GS는 40명에 달하는 허씨 일가가 일정 지분을 나눠 보유중이다. 고 허만정 LG그룹 공동 창업주의 3세들이 지배구조를 나눠 가진 형태로, 경영권을 둘러싼 별다른 다툼 없이 허창수 회장 체제가 유지되는 중이다.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3세 경영자 중 막내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허창수 회장 조카이자 4세 경영인 중 맏형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등이다.

다만 허창수 회장의 임기가 아직 2년 이상 남았다는 점, 그리고 3세 경영인들이 별다른 다툼 없이 힘 모아 그룹을 잘 이끌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큼의 경영권 분쟁이나 소위 ‘왕자의 난’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재계의 신사이자 큰형님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등 국내 재계의 대표자로서 기업인들의 민의를 잘 모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아울러 GS그룹의 새로운 소비자층을 찾아 그들을 만족시키고,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을 과거처럼 무리 없이 주도해야 할 과제와도 마주했다. 3가지 숙제와 마주한 셈이다. 허 회장이 이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것인지 재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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