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내 소액주주로부터 소송당한 한전 서울에 제2법무팀 설립
현재 3명의 변호사 공개 채용 중…경영악화에 인건비 충당 논란

전남 나주 소재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한전 제공)
전남 나주 소재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한전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경영 적자와 무리한 한전 공대 설립 추진, 전기요금 개편, 해외개발사업 좌초 위기 등 법무 현안이 많은 한국전력공사가 서울에 별도의 법무팀 설립을 추진한다. 앞서 소개한 법적인 쟁점들을 타개하기 위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나주 본사에 있는 법무팀을 놔두고 굳이 서울에 비싼 임금까지 들여가며 (서울 법무팀에서 일할)변호사까지 공모하는 것이 그의 자충수란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전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 1~2월 서울에 법률자문2팀(가칭)을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전 아트센터에 둘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에는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 외 해외사업본부 및 원전사업본부 구성원 중 일부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한전이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한 후 서울에 상시 근무인력으로 법무팀을 두는 것은 처음이다. 경영 악화와 주가 하락에 따른 소액주주 소송, 전기요금 개편 등 법무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빠른 대응을 위한 것이란 포석이다.

한전은 새로운 법률자문2팀을 위해 법률자문팀장 1명과 차장급의 사내변호사 2명에 대한 채용공고를 진행 중이다.

법률자문팀장은 국내 변호사 실무경력 7년 이상이 필수 경력이다. 판사 및 검사 경력 5년 이상, 공공기관 근무경력 또는 에너지분야 실무경력 2년 이상인 사람을 우대한다. 팀장은 ▲주요 경영현안 관련 법률자문 ▲회사 관련 주요법안 입법 대응 지원 ▲중요 소송 참여 및 대응전략 자문 ▲중요 경영현안에 TF 참여 및 현장 법률지원 ▲비정형 계약서 검토, 주요 계약협상 및 체결 입회 ▲중요 공사시행 계약서 및 각종 약정서 검토 ▲국회, 정부에 대한 법령 및 자문관련 대관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사내변호사는 실무경력 3년 이상의 국내 변호사 자격 보유자가 지원할 수 있다. 여기에 조세, 지적재산권, 공정거래 및 입법대응 실무경력 1년 이상을 보유한자와 영문계약서 검토능력 보유자는 우대한다.

한전은 현재 기획본부내 법무실이 있다. 법무실내 인원은 법무실장, 법률자문팀장 포함 9명이다. 이외 법무팀 소속은 아니지만 해외사업과 관련해 근무하는 변호사가 5명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서울에 별도의 법률자문팀을 꾸리는 것에 대해 “기존 법률자문업무와 함께 국회입법 지원 및 로펌과의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탈원전 후 한전에 대한 민감한 사안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적자를 냈다. 6년 만의 적자였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김종갑 한전 사장 등 회사 이사진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탈원전 정책 이후 한전의 손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사진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와 한전공대 설립 등을 가결하면서 부담을 가중시켰다는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 4월 속초·고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도 한전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국회와의 호흡도 중요한 상황이다. 김종갑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취임 초기부터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는 말로 현행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최근에는 “한전의 (올해) 정책비용은 3년 전보다 3조 늘어 7조8000억원 가량 된다”며 “전기요금을 제 때 안내면 이자까지 더해 내야하고, 부채가 쌓이면 결국 훗날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자신의 방만경영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전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만들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종갑 사장과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서울 법무팀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전 관계자는 “그러한 의도로 법무팀을 서울에 신설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나주 본사에 재직중인 법률자문팀 9명의 연봉이 궁금했다. 한전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대외비라 공개 불가 입장이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2016년 결산 한전의 정규직(무기계약직)의 1인당 평균 보수가 1억2539만원으로 나타났다. 법률자문팀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이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적자에도 연봉, 성과급 잔치에 열을 올린 한전이 이번에 서울 법률자문팀 3명을 추가 채용한다면 국민의 혈세로 충당할 것은 자명하다.

물리적인 거리로 인한 효율성을 내세워 서울에 법무팀을 신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외적인 법무 현안이 있더라도 굳이 서울에 법무팀을 추가 신설하는 것은 김종갑 사장의 방만경영, 예산낭비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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