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나는 결혼식, 파티, 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서 동반한 친구나 동료, 지인의 부인에 대해 관심이 많다. 특히 처음 만나는 경우도 그렇고, 오랜만에 만났다면 그동안의 얼굴 변화나 표정에 관심이 많다. 관상을 본다거나 특정 美의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옷이나 스타일의 화려함을 보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느낌과 분위기를 보는 것이다. 평소 교제해왔던 남편 되는 지인의 이미지와 지금 눈앞에 있는 ‘부인’의 이미지를 조합해 표정이 어둡다거나 밝다거나 하는 집안의 명암과 부부간 감정의 밀도를 느껴보는 것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고 가족과 가정에 대한 개념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가정은 여전히 CEO의 중요한 보루이며 베이스캠프임은 부인할 수 없다. 공자의 ‘大學’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현대적 의미로 풀어보면 가정을 잘 돌보고 편안해야 회사 경영도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인의 표정은 부부의 평소 가정생활 내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편으로부터 받는 사랑의 크기와 돈의 풍족 또는 궁핍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가정 전체의 편안함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링컨은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평소 마음가짐과 표정에 스스로 책임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과거부터 오늘까지 평소 매일 매일의 표정이 누적되어 현재의 상태로 굳어진 것이 지금 나의 ‘얼굴 상태’다. 얼굴의 기본골격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과거의 틀이지만, 표정은 살아 움직이는 나의 현재와 미래가 될 것이다. 평소 표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새로운 얼굴을 그려갈 것이고, 그것이 미래의 ‘얼굴’로 자리 잡힐 것이다. 한마디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에서 가족들의 ‘표정’은 가장의 현재 가정관리상태의 방증이다. 그것은 본인의 자기존중에 대한 객관적 성적표이자 ‘가정종합생활기록부’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기를 주업으로 하는 배우 탤런트들만이 표정 관리를 하고 감정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성(理性)에 의해 의도적으로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배우들의 능력이고 그들 업의 핵심이다. 반면에 일반인들은 전혀 이런 연기와는 무관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연기는 배우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씩은 연극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서로의 연기를 보고 즐기고 있다. 표정 외에도 복장, 구두, 향수, 화장, 몸매 관리 등의 수단도 큰 범주로서 이에 속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 연기가 묻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표정을 마음먹기에 따라 즉시,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긍정적 변형이 가능한 것이다. 표정은 '요술 방망이' 같아서 그 쓰임에 따라 엄청난 극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예컨대 의도된 웃음을 기반으로 하는 웃음 치료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사장이 가지는 표정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회사에서 사장의 ‘표정’은 항상 직원들의 특별한 관심 대상이다.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사장이 출근하고 나서부터 온종일 줄곧 사장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표정에 각별한 관심이 있고 또 그에 맞춰 행동 범위를 결정하곤 한다.

예컨대 “이 보고를 언제 할 것인가?”, “이 말을 언제 꺼낼 것인가? 오전? 오후 아니면 회식 자리?” 등의 타이밍을 두고 사장의 표정과 자기와의 역학 관계를 감각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조직의 상부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더 강하다. 결론적으로 사장의 표정은 느낌대로가 아니라 의도대로 가야 한다. 사장 개인의 기쁨이나 슬픔 등 사적인 감정은 가능한 배제 하고 회사목표와 사장의 기능에 집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CEO의 태도나 표정도 경영에서 하나의 전략이 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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