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총파업 준비"..총파업 예고
경영계 "명시적인 조치 필요" 개선안 요구

지난 9일 민주노총 주최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정부가 18일 주 52시간제 처벌유예와 연장근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보완책 합의인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경우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해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처벌을 내년까지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동계가 반발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노동부의 주52시간 시행이 흐지부지된 데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기 때문.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 회동에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경사노위가 지난 2월 합의한 대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반면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외에 특별연장근로제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의 의견처럼 ) 주52시간제를 전면 무력화시키는 것이라 보는 건 저로선 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법이 아닌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건 법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일정 부분 고육책으로, 그래야 최소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그나마 줄어들 수 있기에 그런 수준에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주52시간제 노동시간단축 보완입법이 한국당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있는 점은 유감스럽다"며 "한국당은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에 이어 추가적 유연근로제안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있다. 한번에 둑을 무너트리듯 이번 기회에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근본취지도 완전 붕괴시키고 허물어트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계 "노동인권 보호 위한 총파업 투쟁 준비"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장시간·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보고 노동기본권 무력화 시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끝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했다"고 노동부의 유예안을 강력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에 대해 질릴 정도로 (민주노총이) 역설해 왔지만, 정부는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했다"고 맞섰다. 

민노총은 또 "정부는 시행규칙 개악으로 특별연장근로 사유를 최대한 확대한다고 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며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어느 업종, 어느 사업장이나 겪는 상황으로, 이는 정부가 통제권을 쥐고 자의적인 행정을 남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1만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부와 국회의 개악 시도에 맞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노총도 역시 "주 52시간제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정부가 계도기간을 꺼내 든 것은 스스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정책 추진의 의지보다 ‘보완’이라는 시그널을 기업에 보냈으니, 어떤 기업이 주 52시간제 도입에 최선을 다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와 경영상 사유는 사용자가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으며, 자의적인 해석도 가능하다"며 "자연 재해와 회사의 업무량 증가가 동급으로 취급되는 법을 가진 국가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경영계 "특별연장근로 정부 인가 받아야 하나...1년 이상 유예 필요"

사용자 측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기중앙회는 정부의 발표에 다소 환영하는 입장이면서도 유예 자체가 불완전한 대책인 만큼 현실에 맞는 개선안을 요구했다.

경총은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부여는 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이 법을 어겨도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필요할 때마다 매번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고, 그 인가 여부도 정부 재량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보완대책은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상황과 국제경쟁에 사전적,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유연근로제 개선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특별연장근로를 보완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주 52시간제의 경우 중소기업계가 요청한 ‘1년 이상 시행유예’가 아니라 계도기간 부여라는 점은 다소간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또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 되려면 ‘계도기간과 시행유예 동등 효과’ ‘근로감독 부담 면제’ 등이 뒤따라야 한다"며 "(특별연장근로는) 인가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명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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