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기업의 과제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면, 편리해진 인간도 진화한다
자율주행 기술, 단순한 편리함 넘어 ‘편리미엄’ 실현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마트국토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율주행차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를 '편리'하게 만든다. 단순히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줄여준다. 편리하지만 프리미엄한 '편리미엄' 기술 키워드다. 사진은 2019 스마트국토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율주행차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기술은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히 편하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편리해진 인간이 추가로 확보한 여유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편리미엄’의 배경이다. 미래의 자율주행차도 이 맥락 안에 존재한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니면 구체적으로 뭐가 좋아질까? 차를 가지고 외근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이런 상상을 해보자.

컴퓨터에 접속해 몇 가지만 확인하고 처리하면 되는 업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5~10분만 투자해 확인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다. 지금 당장 처리해주면 곧바로 다른 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협업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 중이라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해 컴퓨터를 켜야 일을 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내가 일을 마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후다닥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건 불법이다)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읽고 싶은 책이 있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또는 부족한 잠을 청해야 하는데 차를 몰고 어디를 가야하면 운전자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꼼짝없이 핸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편리하지만. 사실은 얽매어 있어야 하는’ 운전자의 운명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자들은 그 시간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아우디에서는 자율주행에 대해 ‘플러스 1시간의 여유’라고 말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시간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과장해서 말하면 하루가 25시간이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소비의 새 경향 ‘편리미엄’ 시간 빈곤 쫓기는 현대인의 안식처

세상의 모든 기술은 대부분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개발됐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도 그런 취지다. 안전을 보장하면서 운전자를 지금보다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운전자가 왜 편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보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현대 소비자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다.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는 ‘편리함’과 ‘프리미엄’이라는 키워드를 더한 ‘편리미엄’을 2020년 소비트렌드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구매의 기준이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게 해주는 것이 새로운 프리미엄의 기준이라는 의미다. 현대인은 자본이나 지식의 빈곤보다도 ‘시간의 빈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트렌드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편리성이 프리미엄의 요소로 편입되는 배경이 지극히 시대적이라고 정의한다.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 소비자들이 그 시간을 다양한 경험과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과거처럼 옆집 이웃이나 지인들에게 자신의 일을 마음껏 부탁하는 것도 어려워진 ‘약한 연대의 사회’에서는 작은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다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

바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시작된다. 배달앱 등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는 것부터, 자율주행을 통한 모빌리티 문화 개선이 모두 그 맥락안에 있다. 소비자의 시간을 늘려주는 ‘편리미엄’의 가치로서 말이다.

◇ KT, “자율주행차, 단순히 편리한 수단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

운전자의 ‘편리미엄’을 실현해줄 자율주행차 시장은 매우 뜨겁다. 완성차업체와 통신 3사 등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을 향해 다양하게 협업하고 있다. 이종 산업간의 활발한 교류는 물론이고 국경까지 넘나드는 ‘대통합’이 이뤄지는 중이다.

최근 정부도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2024년까지 전국 주요도로에 완전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에는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자율주행 사업은 사실 ‘자동차’와 관련된 일이다. 하지만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자율주행 사업에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자율주행 사업과 통신사의 자율주행 사업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KT 커넥티드카비즈 센터 최강림 센터장은 자사 매거진5를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안전 문제로 인해 자율주행을 차량의 부가 기능으로 보는 경향이 컸는데, ICT기업들은 통신 기반의 V2X(차량사물통신)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차량과 다른 차량, 교통인프라, 보행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최강림 센터장은 “KT 5G의 지향점이 바로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고 전제하면서 “자율주행이 단순히 편리한 이동을 지원하는 수단을 넘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한 기술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센터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사례도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운전자가 편리함을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나 교통낙후지역의 시,공간적인 이동 한계를 극복하고 친환경 차량과 공유 경제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그 길이라고 덧붙였다.

KT는 경제경영연구소를 통해 지난 4월 ‘세상 모든 새로움의 시작, 5G 당신의 산업을 바꿉니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5G의 의미, 그리고 7개 산업을 중심으로 5G의 기술력과 미래 방향성을 알려주는 보고서다

KT는 7개 산업 관련 보고서 맨 첫장에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을 소개했다.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신기술을 소개한 보고서 중 1순위를 자율주행 기술이 차지한 것.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는 KT측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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