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따라 불법사금융 이용자 증가에 따른 피해 속출
주로 회사원이 사업자금, 생활비 용도 이용 위해 빌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불법사금융 이대로 둘 것인가 불법사금융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불법사채 피해자인 A 씨의 배우자가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불법사금융 이대로 둘 것인가 불법사금융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불법사채 피해자인 A 씨의 배우자가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주택가 골목에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난다. 오토바이가 지나간 길에는 ‘명함형 대출 광고 전단’이 수북히 쌓인다. '누구든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에 혹해서 1286%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린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 얘기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불법사금융 관련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대부금융협회 임승보 회장,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 등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금융의 창 박덕배 대표이사의 ‘불법사채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주제 발표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이용자 중 대부분은 ‘생활비를 위해 돈을 빌리는 회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덕배 대표이사는 "불법사금융 이용자의 이용목적이 대부업 이용 목적과 거의 차별이 없다"며 "생계형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반 대부업, 일반 금융자 이용자와 비슷한 회사원, 직장인들이 가장 많다"며 "등록대부업이 9~10등급(자) 이용이 어려워 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사각지대 '불법사금융'

‘불법사금융’란 ‘대부업법’에 의거해 등록하지 않고 대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미등록대부업’이라고도 말한다. 말 그대로 등록이 안된 업을 영위하는 만큼 정확한 규모에 대한 통계는 나와있는 것이 없고, 다만 추정치만 존재한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2016년 기준 불법사채 이용 규모는 약 10조~24조원이며, 약 30~4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7년 불법사금융시장 실태조사를 통해 이 수치를 약 6.8조원, 약 52만명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불법사채 시장의 특성상 이용자는 더 많은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지난 2월 서민금융연구원은 이 수치를 최대 연간 65만명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수치에 대해 대부업 대출거절자 수와 불법사금융 유입 인원이 과다 추정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문제는 이렇듯 정확히 추산조차 불가한 불법사채 시장이 늘어남에 따라 이용에 따른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운영실적’에 따르면 불법사채 관련 신고 건수는 △2015년 1,220건 △2016년 2,306건 △2017년 2,818건 △2018년 2,969건으로 늘었다.

불법사채 이용자 추정치와 마찬가지로 업의 특성상 보복 등을 이유로 신고하지 않은 이용자가 더 많을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피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박 교수가 금융감독원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신고율에 따르면 불법사채 차주 중 64.9%가 신고 의사가 없었다.

◇누가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되었나?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점점 ‘보통사람’이 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34.9%였던 금리가 27.9%로 인하된 2016년은 사업자금과 생활자금을 목적으로 불법사채를 빌린 비율이 늘었다. 사업자금은 37.2%에서 44.7%로 늘었고, 가계생활자금은 31.1%에서 33.1%로 늘었다.

한국대부금융이용자의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원의 비중은 △2016년 39% △2017년 73% △2018년 53% △2019년 53%로 전체 이용자의 절반이 넘었다.

사업이나 생활을 이유로 불법채권추심 등에 시달릴 수 있는 미등록대부업에서 돈을 빌리는 직장인, 즉 보통사람들의 불법사채 이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토론회 현장을 찾은 두 사례자는 직장은 다니다 형편이 어려워져 불법사채를 이용하다 대부금융협회의 채무조정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A씨는 "과거 과다대출에 따른 신용하락을 이유로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이 거절됐다"며 "법정 최고 이자율을 넘는 살인적인 이자와 수수료를 부담하는 불법업체의 영업행태에 대출을 망설였으나 두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당장 필요한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울며겨자먹기로 이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맞벌이 부부의 소득 대부분이 이자로 지급하며 오히려 더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며 "이자가 연체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불법사채업자들은 근무시간에 계속 전화를 걸어서 추심을 진행하였고,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었을뿐만 아니라 신경성 위염 불안장애 등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함께 사례 발표자로 나선 B씨 역시 "생활고에 시달려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을 모색하였는데 과도한 대출 이력에 따라 모든 금융권에서 대출 신청이 거절되어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불법사채를 이용하게 되었다"는 이용 동기를 밝혔다.

또 "법정 최고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너무나 궁핍했던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게 되었다"며 "이후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제 선택이 불행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눈시울을 붉혀 토론회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A씨와 마찬가지로 불법사채업자로부터 불법채권추심에도 시달렸다.

그는 "처음에는 감당하기 힘든 이자임에도 억지로 쥐어짜는 심정으로 갚았는데 배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체가 시작되었다"며 "연체를 한 순간부터는 대출시 받아간 개인정보 연락처를 이용해 심지어 지인에게까지 수시로 연락하여 욕설 및 폭언 등을 퍼부었고 협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이들 불법사채 이용자가 부담하고 있는 금리는 자세히 살펴봐야 할 문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2018년 한해 동안 이뤄진 불법사채이자계산 서비스는 사법당국 의뢰 970건, 피해자 의뢰 792건 등 총 1,762건이다.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2791만원으로, 평균96일동안 연 환산시 353%의 금리로 사용했다. 특히, 직접 협회에 채무조정을 요청한 피해자의 경우 연 환산 평균금리가 1,286%에 달했다.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가 '불법사금융' 부추겼다?

업계에서는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인하를 따라 '불법사금융'이 가파르게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박덕배 대표이사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등록대부업의 서민 대출 공급 기능 약화와 함께 낮은 불법사채 처벌 수위, 서민금융기관의 본연의 기능 미흡, 저소득층의 낮은 소득 창출과 생계형 가계부채 등을 꼽았다. 또, 등록대부업체의 서민금융 기능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이사는 "최고금리 지속 인하 이후 영세대부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등록대부업의 자금공급이 악화되었다"며 "최근 대부업 경영환경 악화로 순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현재 법적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고 대출 억제가 강화되면서 서민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불법사금융이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며 "어느때보다도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서민대출이나 사회초년생들의 자금 수요와는 별도로 자금이 융통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사금융은 증가했으면 증가했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최고금리 인하가 불법사금융 증가에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박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이자율이 높고 낮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게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심각성을 더해주고 감해주는 역할은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본인의 소득이 너무 적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 있어왔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심대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66%일 때도 불법사금융 피해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처법은 "이분들(불법사금융 이용자)의 소득을 높여주고, 국가가 사회안정망으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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