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지금 우리나라는 취업 전쟁 중이다. 취업하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고 어학원, 면접학원을 오가며 재수 삼수하는 취준생들로 학원가가 북적이고 있다.

다른 한편 산업 현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구인난과 함께 직원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무단결근하거나 쉽게 직장을 그만두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렵게 취직은 했지만,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는 직원들이나, 어렵사리 구한 직원을 붙잡아 놓지 못하는 기업들이나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퇴색하고 보편적 복지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강조하는 정부의 실업급여와 청년수당의 난발 등 실업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 정책이 산업기반의 근간인 노동자들의 근로 열정을 식게 하고 있다. 더구나 노동윤리 결핍 현상까지 겹침으로써 노사 간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잡아야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아야 기업은 생존을 이어 갈 수 있다. 필자가 과거 대표이사로 있었던 (주)한국교육미디어는 회사설립 초기 매출 100억을 목표로 영업사원들을 독려했다. 기본급을 보장해주고 경쟁사보다 파격적인 수당을 제시했다. 통상적으로 영업사원들에게 잘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다.

또 팀장수당은 팀원들의 실적에 연동 시켜 연말 총 누계 방식으로 전체매출 대비 지급 시상하는 것으로 했더니 적게는 500만 원, 많게는 3,000만 원을 추가 인센티브로 지급하게 됐다. 1998년 당시 최저임금은 1485원이었다. 직원들의 출퇴근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퇴근 후에도 장소 가리지 않고 고객에게 자발적으로 전화 콜을 함으로써 실적이 급신장 100억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고, 회사 코스닥 상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 사례의 핵심은 확실한 믿음과 엄청난 인센티브다. 회사의 목표치를 팀장, 직원들이 일부분씩 분할 공유했고 그 결과에 대한 애초 지급 약속을 사장이 충실히 잘 지켜졌다는 점이다. 사장의 약속이 천금같이 잘 지켜지리라는 믿음과 그 인센티브가 엄청나고 가능성이 보일 때 조직은 거의 광적으로 움직인다. 그동안 회사가 내걸었던 크고 작은 인센티브 숫자에 길든 직원들의 습관화된 욕망과 믿음이 가져다준 성공이다.

또 하나의 다른 성공 요인을 덧붙인다면 구체적인 목표 수치와 기한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목표는 숫자와 기한이 정해져 있어야 에너지가 발생한다. 아울러 그 숫자는 매 순간의 기록에 자극제가 되면서 달성 가능성을 높인다. “열심히 해보자” “최선을 다하자” 등과 같이 목표가 추상적이면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목표다. 아무리 강렬한 태양 아래라도 렌즈의 초점이 맞춰 있지 않으면 종이에 불이 붙지 않는다.

앞서 밝힌 사례는 인간의 욕망을 활용한 영업조직의 전형적인 목표 숫자 관리의 성공사례다. 그러나 목표의 수치화와 그 달성은 성공의 단계별 중요한 체크 포인트임은 틀림없지만,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목적하는 방향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목표치의 수정이다. 사장 관점에서 너무 목표 숫자에만 매달려 집중하다 보면 정작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상부조직은 비교적 목표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지만, 하부조직에서는 단지 숫자달성에만 급급하여 그 과정에서 목적과 과정이 전도될 수 있다. 사장은 조직이 광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단계까지만 역할을 하고, 그 이후는 영업책임자에게 맡기고, 다소 관망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목적성을 잃지 않는 상황관리의 태도가 중요하다.

목표가 달성된 뒤를 이어서 또 다른 더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마치 옛 고전적 전투에서 총사령관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산꼭대기 지휘부에서 전체를 관망하면서 군사를 지휘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사장은 전쟁에 참여하지만, 전쟁 경계선에 자리 잡으라는 것이다. 이 모든 전제조건은 욕망을 견인하는 인센티브다. 기업경영의 핵심은 요즈음 화두가 되는 사회정의 실현이나 사회적 책임이 우선할 수 없다. 무늬는 될 수 있겠지만 본질은 욕망이다. 개인의 욕망에 바탕을 둔 인센티브와 노사 믿음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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