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등 사회 이슈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진출한 일본기업 중 패션 업체로 큰 타격을 입은 브랜드는 다름 아닌 유니클로이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로 한동안 손님이 아예 없는 위기까지갔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한번 서서히 판매가 살아났다. 하지만 최근 위안부 조롱 광고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다시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일본 불매 2달, 광고 사태는 약 2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후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소비자경제>가 서울 명동, 코엑스, 서초, 여의도, 마포, 고속터미널 매장 등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소비자들, 위안부 조롱 광고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참 뜨거웠을때는 소비자들이 정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위안부 조롱 광고 사태는 그다지 큰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 유니클로 직원 A씨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부터 사람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일본 불매때는 한국 사람을 하루에 아예 못본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 이후의 평가에 대해선 "위안부 조롱 광고 때문에 고객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소비자들이 북새통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한산하지는 않았다. 일본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유니클로가 선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저히 줄어든 매출을 정상화 시켜 놓기 위해 여러 행사를 진행한 것도 한 몫을 했다. 특히 15주년 감사 이벤트는 유니클로 대표 상품을 최대 50% 까지 할인하고 있다. 이에 날씨까지 갑자기 추워지면서 손님들은 후리스, 니트, 히트텍 등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서울 서초점에는 30명 남짓 가까운 손님들이 옷을 보고 있었다. 작년 대비 계산대 앞에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불매운동 때와 비교하면 방문객들이 부쩍 늘어나 보였다. 매장 직원 B씨는 “위안부 광고와는 별대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있다”며 "날씨와 대폭 할인율이 그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서초점에서 만난 소비자 C씨는 유니클로를 찾는 이유를 '가성비'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비자는 “가성비 좋은 옷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옷들은 너무 비싸도 안된다”며 “이번 유니클로 대대적 세일과 겨울이 맞물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추워진 날씨에 대폭 할인까지 더해져...유니클로 '쏠쏠'

서울 중구 명동점을 방문한 시간은 오후 5시.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겨울 옷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매장은 활기가 돌았다. 유니클로의 제품중 겨울 시그니처 아이템인 후리스와 가디건, 니트를 중심으로 손님들이 몰려있었다. 해당 제품들을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명동점 매장 직원은 “날씨가 추워져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밤에 특히 회사와 학교 끝나고 온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행사 시즌이라 손님이 늘었다. 플러피 소재의 의류들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잘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점에서 만난 소비자 D씨는 “한일갈등으로 인한 불매운동은 알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유니클로를 사지 않는건 아닌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소비자 E씨는 “사태에 별다른 의견은 없다”며 “제품을 사는건 개인의 자유다. 양국 간 대립 때문에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까지는 오버한다”며 불매운동을 오히려 비판하기도 했다. 

◇ 가성비 甲, 가격에 품질까지...안살이유 없다는 소비자들 

강남고속터미널점의 경우 오후 7시 기준 50여 명이 훌쩍 넘을 정도의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차 있었다. 호남선과 경부선, 3호선, 7호선, 9호선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매장에는 옷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이 매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힌 정수연 씨는 "유니클로는 가성비로 좋은 브랜드"라며 "디자인 부터 가격과 품질까지 좋아 고향 내려가기 전에 매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G씨는 겨울 옷인 히트텍, 방한 조끼, 후리스 등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날씨가 쌀쌀해져 방한 효과가 있는 기능성 옷을 찾고 있다”며 “예전에 유니클로 히트텍과 후리스를 입었는데 따뜻하고 좋아서 다시 찾아왔다. 다른 매장에도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소비욕을 건드린 상품은 1만9900원에 판매되는 히트텍이었다. 히트텍은 유니클로의 겨울 대표 상품이다. 체온을 보호하는 일종의 발열내의로 2008년 출시된 후 2011년 300만장을 팔면서 유니클로가 2015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는데 큰 공을 세운 상품이다.

현재 유니클로의 히트텍 V넥, 크루넥T 등 총 겨울 방안 옷 9가지 라인은 대폭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개 라인의 일부 매장에서 품절이 나타나고 있다. 매장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히트텍V넥T(9부)의 일부 색상은 쇼핑몰까지 거의 다 팔린 상태다.

이러한 히트텍 구매 열기는 최근 15주년 감사제 때의 후리스보다 더 활기를 띄고 있다. 당시 후리스 제품은 여성용 2가지 색상과 남성용 3가지 색상의 사이즈가 품절되고, 신상품인 '후리스하프짚풀오버(긴팔)의 3가지 색상이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후리스의 경우에는 9900원에 할인하고 있어, 유니클로 온라인스토어에 긍정적인 댓글도 이어진다. 구매자들은 “1만원짜리라면 개이득”, “원단이 보들보들 촉감이 최고입니다”, “사무실에서 입으려고 구매했는데 너무 좋네요” 등의 평가 댓글을 올려 놓았다.

◇ 위안부 조롱 광고 화나지만…나 하나쯤이야

위안부 논란을 빚은 유니클로 광고에 대해서는 매장에서 만난 모두가 한결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해당 광고가 유니클로 제품을 구매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고속터미널 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소비자 B씨는 최근 있었던 위안부 조롱 광고에 대해 “어이가 없을 노릇”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광고로 인해 유니클로 제품을 아예 사지 않을 것 같지는 않다. 같은 제품을 파는 다른 업체들의 가격대와 비교해서 이쪽(유니클로)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소비자는 “양국 간 정치적인 문제와 개인의 소비는 별개로 본다”며 “유니클로 제품을 사는 게 꼭 해당 업체가 일으킨 논란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최유정 씨는 “유니클로의 위안부 조롱 광고 때문에 주위에서 분노한 친구들이 많았다”면서도 “(그럼에도) 매장에서 옷을 사고 온라인스토어에서 주문하는 친구도 많다. 아무래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유니클로는 전국민을 들끓게 했던 지난 여름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속에도 계절이 바뀌어 추어진 날씨 탓에 다시 국내 소비시장에서 다시 살아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유니클로 역시 우리 국민 대다수의 저변에 깔린 반일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불매운동은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되살아난 소비자들의 구매 호응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