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관련 논란 꾸준히 제기, 관련 근거와 규정 미비해 혼란
국감에서도 이슈, “돈 내라” VS “투자했다” 팽팽한 의견 대립 중
정부, 단체, 기업이 의견 모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 절실

해외 기업들의 국내 인터넷 '망 사용료' 문제가 이슈다. 사진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망사용료'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외 기업들의 국내 인터넷 '망 사용료' 문제가 이슈다. 사진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망사용료'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요즘 ‘망 사용료’가 이슈다. ‘인터넷망’ ‘통신망’ 등의 망을 사용할 때 내는 돈이라는 의미다. 접속료, 네트워크서비스 이용료, 인터넷 접속서비스 이용료 등 통신사들이 각자 다른 단어로도 부르는데, 쉽게 말해 망을 사용하기 위해 내는 돈을 말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낸다. 대기업간의 거래고, 거대 IT 회사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양이 그야말로 엄청나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의 망사용료는 수백억 단위다.

그렇다면 국내 동영상 유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유튜브, 그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망 사용료를 얼마나 낼까? 정답은 ‘안 낸다’. 어떤 까닭일까.

◇ “트래픽 많은 구글, 사용료 내야한다” VS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에 투자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문을 받았다. “구글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여서 트래픽도 많이 발생시키는데, 망 사용료를 내야 햐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존 리 대표는 “구글은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면서 즉답을 피했다.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구글코리아 대표는 이미 수년째 국정감사에 호출돼 망사용료 관련 질문에 답했다. 페이스북과 방통위가 망사용료를 둘러싸고 행정소송도 벌였다.

수년째 논란과 주장은 팽팽하다. 통신사는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CP는 “한국 시장과 인프라에 이미 적잖은 투자를 했고, 우리는 한국법을 적용받지 않는 외국 기업”이라고 맞선다.

양쪽의 대립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CP들은 역차별을 호소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중소 규모 CP들은 “우리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게 해달라”고 주장할 기세다. 잔뜩 꼬여 있어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 기업에게 부과되는 망 사용료, 공정하게 나눠 내고 있나?

힌트를 찾아볼 곳은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업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어서 외국에 이미 관련 사례가 있다. 프랑스는 정부가 나서 금액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망 사용료를 공개한다. 프랑스 규제기관(ARCEP)은 통신사와 CP에게 6개월마다 자료를 제출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 간의 사적 계약에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준비하거나 공정위 개입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CP가 무임승차 하고 있다”면서 망사용료 문제를 언급했다. 유 의원은 “통신사가 글로벌 CP에 캐시서버 이용료 정도의 망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아예 요구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부담을 국내 CP와 중소 CP에 과중하게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에는 가격 차별을 규제하는 내용이 있다”고 답하면서 가격차별이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언급했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6년 734억원, 아프리카TV는 연간 150억원 상당의 망 사용료를 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중계 접속한 KT에 캐시서버 이용료로 150억원을 지불했다. ‘왜 누구는 많이 내고, 누구는 적게 내는데, 또 누구는 안 내느냐’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최근 국회 과방위원장인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신사 망 사용료 현황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예고했다.

방통위는 망 이용 계약의 원칙과 절차, 불공정행위의 유형, 이용자 보호 등을 담는 가이드라인을 추진하고 있다. 망 사용료와 관련해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 소비자는 광고 및 결제 필수, 기업은 공짜 제공?

현 시점에서 특정 기업에게만 망 사용료 관련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명확한 규정과 근거가 미비한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관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소비자들의 불편은 늘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평소 유튜브로 K-POP관련 영상을 자주 시청하는 한 소비자는 “이용자는 유튜브에 돈을 내거나 매월 사용료를 내지 않으려면 영상 한 편당 두 개의 광고를 꼬박꼬박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4K 영상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되는 곳은 유튜브가 유일한데, 소비자는 광고 2개를 보거나 아니면 광고 안 보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유튜브는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속에서는 국가간 경계가 흐릿하다. 한국 소비자들도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해외 사이트에 일상적으로 접속한다. 그런 서비스를 구축하고 사용하기 위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기업, 관련 단체가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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