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소비자원 칼럼] 요즈음 해외여행의 트렌드는 획일적으로 짜여진 일정을 따라다니는 패키지여행보다는 여행자의 취향에 맞게 스스로 일정을 짜서 즐기는 자유여행이 대세다.

해외 자유여행을 계획하면 가장 먼저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해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가격비교를 통해 가급적 저렴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함으로써 여행경비를 아끼려 한다. 많은 항공사와 호텔들의 가격을 일일이 찾아서 확인하지 않아도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고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여 예약할 수 있다.

해외 자유여행 준비를 위해 글로벌 숙박·항공예약대행 사이트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소비자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제거래 종합정보망인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소비자불만 사례 중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관련 불만은 2017년 394건에서 2018년 1,324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2019년에는 5월까지 306건에 달한다.

소비자 불만 유형을 보면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가 7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환급불가‘ 상품을 예약한 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일정을 변경할 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예약 취소 시 숙박비를 환급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

실제로 한 소비자는 올해 1월 27일에 글로벌 숙박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6월 5일에서 9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사이판의 한 리조트를 예약하고 약 93만원을 지급하였다. 이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2월 8일에 예약취소를 요청하였으나, 숙박 예정일까지 4개월 정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환급불가 상품이라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숙박비의 환급을 거절당했다.

해외여행 경비에서 항공과 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최대한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고자 한다. 숙박의 경우 ‘환급불가’ 상품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지만, 여행 일정이 변경되거나 취소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위 사례처럼 이용 예정일이 많이 남은 시점에 환급을 요구해도 환급불가 조건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숙박비를 환급 받기 어렵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관련법에 따르면 예약 취소 시점 이후 숙박 예정일까지 남아 있는 기간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숙박 대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조항으로 무효이다. 국내 사업자라면 이를 근거로 숙박 취소 시점에 따라 적정 위약금을 공제한 후 숙박비를 환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호텔 예약대행 사이트들은 해외 사업자이기 때문에 국내법을 따르지 않으며, 당초 거래할 때 환급불가 조건을 명확하게 명시하였고, 소비자가 그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나라마다 다른 법과 상관행은 국제거래 과정에 생기는 소비자불만과 피해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여행을 준비하다가 이런 일을 겪으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여행 일정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수수료 없이 예약을 취소해 주는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글로벌 숙박예약대행 사이트 중에서도 국내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고 국내법을 따르는 업체가 있기 때문에 예약하기 전에 충분히 거래조건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국제거래 관련 소비자피해는 일단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거래 전에 최대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박미희 한국소비자원 국제거래지원팀장>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