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8호선 ‘해피스팟’ 150여대 1년 이상 방치 중
사업 중단으로 관련 서비스 종료, 기기는 역사 내에 그대로
소송 전 진행되는 와중에 소비자들만 오랜 불편

지하철역 실내에 1년 4개월여간 방치되고 있는 '해피스팟' 기기
지하철역에 1년 4개월여간 방치되고 있는 '해피스팟'.(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지하철역에 설치됐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대여기기 ‘해피스팟’ 150여대가, 운영이 중단된 채 1년 4개월여간 방치되고 있다. 서비스가 종료됐는데도 기계가 그대로 방치되어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피스팟’은 지난 2016년 12월 지하철 5~8호선 각 역에 도입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무상 대여기기다. 3시간까지 무료로 빌릴 수 있어 서비스 개시 당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이 기기들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지 않다. 화면에는 ‘이 시설물은 향후 절차를 거쳐 철거 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제는, 서비스가 종료된지 이미 1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

서울교통공사가 한 민간업체와 함께 152개 역사에 ‘해피스팟’을 설치했다. 보조배터리를 빌리거나 스마트폰 충전을 할 수 있는 기계였다. 키오스크 화면을 통한 동영상 광고나 보조배터리에 인쇄된 광고로 수입을 올리고 소비자에게 무료로 대여하거나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였다.

서비스 개시 당시 관심을 모았고 출발도 좋았다. 사업 시행 후 첫 5개월 동안 누적 대여수량이 31만대를 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성공적인 공유경제 모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1년여 만에 기기를 운영하는 업체가 사업을 중단했다.

재정악화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수익이 기대보다 낮아 재정난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스마트폰 보조배터리가 이미 대중화돼 소비자들이 굳이 기기에서 빌릴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기기들이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거나 안내 스티커가 떨어진 채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는 케이블선이 파손돼 있거나 기기 외관에 흠집이 생긴 채 방치되어 있어 안전상의 우려도 제기된다. 사업이 중단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일부 소비자들은 급히 보조배터리를 빌리려다 사업중지 안내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공사와 해당 업체간의 소송전이 진행 중이어서다. 이들은 계약불이행과 사업비 정산, 기기 철거 문제 등 관련 이슈를 놓고 소송을 벌여왔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사가 업체를 상대로 명도이행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공사가 1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이 항소를 제기해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공사는 7월 중으로 부정당업자 제재 관련 심의도 의뢰할 계획이다.

교통공사 측은 ‘기기가 모두 해당 업체 소유여서 임의로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관상의 문제, 기기가 방치되고 있어 생길 수 있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빠른 처리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철거가 이뤄진 기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해당 업체에도 수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해피스팟 건에 대해서는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으니 공사 측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지난해 업체 측에서 공사를 상대로 사업비 정산 관련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업체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 받던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관련업체들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애꿏은 소비자들만 오랜 불편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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