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 83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 계약 체결
5G와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ICT 분야…수소차, 조선산업, 문화산업 등 협력 논의

유경석 편집국장
유경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신문 유경석 기자] '꿈'은 나의 목표다. 사람마다 꿈을 품고 산다. 그 꿈은 대개 직업의 형태로 발현된다. 직장은 꿈을 이루는 터전이다. '비전'은 나를 포함한 조직의 목표다. 조직은 꿈을 품은 개인과 개인이 모인 공동체다. 조직의 비전이 의미있는 까닭이다. 조직의 비전은 구성원 각각의 꿈이 묶인 꾸러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전은 미세조정(fine tuning)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오너 개인의 꿈이 조직의 비전일 수 없고, 비전이 돼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오너리스크 발화점은 대개 오너 개인의 꿈과 조직의 비전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점이다.

오늘 두 명의 오너가 눈에 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다. 이들을 '오너'로 지칭하는 데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중책을 맡은 사람임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26일 국빈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모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통해 국가적으로 5G와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ICT 분야를 집중 추진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수소차, 조선산업, 문화산업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83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양해각서 및 계약 총 10건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읽힌다.

석유를 팔아 축적된 오일달러로 세계 각국을 상대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 두 가지. 돈 많다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왜 ICT 분야 등에서 선진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을까. 왜 수소차에 투자하려는가.

속내를 알 길은 없지만, 항상 해야할 일과 지금 해야할 일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여기에 석유를 원료로 한 내연기관 중심에서 원자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로 위기감을 느낀 까닭은 아닐까 하는 생각. 빈 살만 왕세자는 떠오르는 태양과 불어오는 바람, 해변에 부딪히는 바닷물을 보며 '비전 2030'을 담금질하지 않았을까. 10조 투자에서 눈물을 느낀 배경이다.

또 한 사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사건, 그리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을 두고 '승계'를 위한 조직적인 행위의 몸통으로 의심받고 있다. 조직의 비전이 아닌 개인(또는 삼성일가)의 꿈이 우선됐다는 비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승지원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명(召命. 부름)을 알면 사명(使命. 맡겨진 임무)이 생기고, 신명나게 일을 할 수 있다. 사람은 꿈을 품고 산다. 조직은 그 사람들의 꿈을 녹여낸 비전 아래 '함께' 활동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꿈과 비전에 대해 얘기는 나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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