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관심 밖에 열린 ‘사립학교 비리 해결 정책토론회’
“사립대학은 유치원 비리 사태 확대 복사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오른쪽)이 17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사학비리 근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오른쪽)이 17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사학비리 근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고동석 기자] 재단횡령과 회계부정으로 얼룩진 사립대 비리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사립학교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한민국 사립대학 비리는 유치원 비리 사태의 확대 복사판”이라며 2624억원 규모의 역대 사학비리 실태를 공개했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박 의원은 이날 “사립대학의 절반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없더라.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국고 지원을 보면 유치원이 2조원, 사립대학이 7조원을 받는데도 교육당국과 국민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른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학비리 현황’를 근거로 전체 293개 대학(4년제 167개 대학, 전문대 126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감사원 감사로 들춰진 재단횡령, 회계부정 등 사학비리 건수가 1367건이고, 비위 금액은 2624억428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립대학 비리가 재단과 소속 대학 교수, 직원, 학생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것이 대학 한 해 예산의 68.41%가 국민이 낸 교육비이거나 세금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293개 대학 중 4년제 대학 167개 대학의 2018회계년도 전체 예산이 18조7015억원이고 이중 53.13%인 9조9354억원이 등록금 세입, 15.28%인 2조8572억원이 정부가 지원하는 국비라는 점에서 국민의 세금이 사학재단의 불투명한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1월 수의계약, 분리발주위반 등을 제외한 대학 회계부정 금액이 646억원 수준이라고 발표한 국민권익위원회 보다 4.2배로 많은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권익위가 엉터리 조사를 했거나 비위 금액을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이 자료는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들로부터 자진해서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재대로 조사를 진행한다면 비위 실태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실제 서울소재 한 사립대의 경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용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이 적발돼 393억원이 보전조치토록 요구됐으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는 ‘해당없음’이라고 적힌 허위였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서울소재 주요 사립대학들이 최근 교육부 감사를 통해 비위가 적발됐음에도 비위 건수와 금액 자체가 0(제로)인 것으로 허위 자료를 제출해 재단횡령과 회계부정을 사실상 은폐하고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이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박 의원 외에 국회의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건국대, 경성대, 동아대, 배화여대, 강원관광대, 상명대, 목원대, 국민대, 한국외대 등 사립대 비리를 고발하는 공익제보자들이 참석해 박 의원에게 관련 공익제보 자료를 전달하고 사건을 권익위에 접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비리 사학재단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오고 있는 교수, 교수협의회 관계자, 학생강사, 학생회 소속 대학생들이 사립대학 비리 실체를 앞다퉈 공개하는 성토장이나 다름 없었다.  

동아대 교수협의회 한 관계자는 동아대와 경성대, 신라대 등 부산 사립대의 주요 건물이 경동건설과의 수의계약으로 지어진 것과 등록금과 교수 임금을 기반으로 한 건설비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동건설과 부산의 검찰, 경찰과의 유착은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일”이라며 “이러한 유착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사립대학 비리 척결의 단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정 경성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설립자가 국가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대학을 가족기업과 같은 이익창출의 수단으로 운용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는 법적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전국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학 내 족벌체제로 인한 부정부패와 비리는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17일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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