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 수사 대표적…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의혹 압수수색
검사 시절 현대차 비자금, CJ그룹 횡령·배임, LIG그룹 사기, SK그룹 횡령 수사 특수통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검찰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검찰총장 인선이다"

국내 한 법조인은 윤석열 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으로 지명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검찰의 기업 수사 등을 진두 지휘 해온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을 지명한 것을 두고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기업 관련 수사 대부분을 윤 지검장이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는 수사 일선에서 대기업 비자금 의혹과 정치인 사건 등 대형사건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에 기업 규모에 따라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히 엇갈린다.

대기업 쪽에서는 윤지검장을 부담 스러워 하는 눈치고, 중소기업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4대 그룹 계열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인선"이라면서도 "최근 검찰이 손을 안 댄 기업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 보니 강골로 유명한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된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는 "불법을 봐달라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입장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제품 개발보다 검찰 동향 파악에 더 혈안이라고 하면 미래를 꿈꿀 수 있겠냐"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의혹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압수수색한 곳도 윤 내정자가 수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내정자가 부임했던 2017년 중반부터 한국항공우주(KAI) 방산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엔진 결함은폐 의혹과 관련한 현대차·기아차 수사, 한화테크윈 탈세사건 등을 강도 높게 수사했다.

윤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부임하면 기업 관련 수사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 내정자 스스로도 검사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2006년), CJ그룹 횡령·배임 사건(2010년), LIG그룹의 사기 기업어음 사건(2012년), SK그룹의 회삿돈 횡령 사건(2012년) 수사 등을 직접 맡았던 특수통이다.

윤 내정자는 평소 기업 수사에 대해 "'오너 리스크'를 제거하고 기업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소신을 밝힌바 있다.

중소기업 일각에선 윤지검장 내정에 대해 기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대·중기 같등 상황의 재수사가 수면위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키코 사태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테크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고 줄도산한 뒤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하자 당시 검찰 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나눠 하청업체·중소기업을 갈취하는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 수장으로 강골 인사가 부임하는 걸 반길 기업인이 어디 있겠냐만 갑을관계에 시달리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사심 없이 공정하게 수사해 잘잘못을 가린다면 떳떳한 기업 입장에선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 검찰총장 인선은 이르면 이달말 마무리 될 전망이다. 박장관은 추천위로부터 천거 받은 후보 3~4명 중 1명을 뽑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대통령이 최종 후보를 내정하면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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