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소비자경제에서는 ‘소비자와 적극 소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 제품으로 대기업 위주의 판을 뒤흔든 CEO 스토리를 연재한다.  이른바 <소소하고 놀라운 CEO> 스토리이다. [편집자주]

분말 스프 공장을 방문한 민금채 대표 (사진=민금채 대표 SNS)
분말 스프 공장을 방문한 민금채 대표 (사진=민금채 대표 SNS)


겉보기에 약간의 흠이 있어도 맛이나 신선함에는 문제 없는 ‘못생긴’ 식재료들이 있다. ‘지구인’이라면 당연히 이 재료가 버려지지 않고 모두 소비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지구인컴퍼니’ 민금채(40) 대표가 ‘못생긴’ 농산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2년 전 문 연 지구인컴퍼니는 외관상 문제로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이나 채소를 가지고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팔았다. 처음에는 즙이나 잼 등 익숙한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했고 지금은 식물성 고기나 건강을 챙겨주는 간편식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소비자경제가 지구인컴퍼니의 행보에 주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치 있는 소비’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고객들에게 그 가치를 무작정 강요하지 않고 소비자들과 함께 그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이다. 민금채 대표가 지구인컴퍼니는 고객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들려줬다.

▷사회적 가치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는데, 소비자들도 그런 가치에 관심이 있었나?

음식물 재고를 줄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고 너무 많이 버려지는 식품 용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환경적 시도를 하고 싶었다. 소비자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부지런히 설명했다.

▷가치 있는 일에 지갑 여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가격’아닌가?

처음 창업한 것이 2년 전이다. 돌이켜보면, 2년 전 시점의 소비자들도 가치 소비가 좋다는 것을 많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가성비를 먼저 떠올리더라. 첫 번째 의사결정 포인트는 ‘값이 얼마나 싸냐’였다.

▷‘싸고 맛있는데 가치도 있으면 더 좋다’는 것과 ‘가치 있는 소비가 우선’이라는 것은 매우 큰 차이다

우리 주장을 고객에게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었다. 기술력을 도입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려고 애썼다. 단순히 무공해 포도즙, 깨끗한 사과즙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혁신을 시도했다. 그저 가성비로만 평가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였다.

▷혁신적인 제품과 가치 소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나

이미 익숙한 제품, 소비자들이 ‘기존에 있는 쉽게 만드는 물건’이라고 느끼는 제품군에서는 가격을 뛰어넘는 또 다른 가치를 어필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적인 제품이라면, 가격만 가지고 쉽게 평가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새로운 제품에 신선한 가치가 투영되면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인다는 의미인가

비슷하다. 식물성 고기를 예로 들어 보자. 과거에 없던 기술로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다. 이런 제품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면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감한다. 그렇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폐기 처리되는 음식물이 줄어든다던지, 여러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면 더욱 공감한다

▷소비 트렌드를 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성비’를 먼저 말한다

물론,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다. 아무리 친환경 음식이고 리사이클이 가능하다고 해도 비싸면 안 사는 경우가 많다. 유기농이 좋은 건 알지만 저렴한 게 더 좋다는 인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기준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가격 하나만 가지고 쉽게 평가할 수 없는 제품의 고유 가치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당연히 ‘다른 곳에서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너희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는 뭐야?’하고 묻는다. 가성비 문제에서 차별화를 두었다면, ‘내가 이 제품을 구매해서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인 가치는 얼마나 되는데?’에 대한 답도 줘야 한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납득하고 나면, 소비자도 가치소비에 대한 충성도가 생긴다.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요즘 소비자들을 2년 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소비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체감온도가 확실히, 그리고 많이 달라졌다. 요즘 소비자들은 ‘이 제품이 어떤 시도를 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아울러, ‘내가 이걸 구매하면 제품이 의도한 가치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도 생각한다. 이런 내용을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불과 2년 사이의 변화다. 예전에도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이걸 왜 하는지, 내 소비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슨 변화를 가져오는지 곰곰이 따져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디어에서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인 시선도 변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진 것 같다.

▷소비자가 지구인컴퍼니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직접 건의하고 그 내용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도 있나

분말 스프 제품이 있다. 마치 라면 스프처럼 물에 타 먹는 건강 스프다.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생분해성 용기로 만들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생분해성 용기도 필요 없다. 집에 있는 그릇에 따라 먹고 설거지하면 되니까 그냥 스프만 팔아라”고 제안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보다 한 발자국 더 들어간 제품을 제안한 것이다.

▷소비자의 개선 요구 사항을 얼마나 반영하는가

같은 시선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면서 개선 요구 사항을 우리에게 계속 얘기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우리는 환경 문제 때문에 ‘포장재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소비자들 중에서도 같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한 소비자들이 “포장재를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제품을 개별 포장하지 말고 대용량으로 묶어서 보내달라”고 제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할 때 중요한 것은 ‘속도’인가? 아니면 ‘가치’인가

둘 다 중요하다(웃음). 나는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큰 틀에서 보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낼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이런 시선을 가진 소비자가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을 우리에게 제안하고, 우리가 그것을 속도감 있게 반영 하는거다.

▷‘소비자가 곧 생산자’라거나 ‘소비자가 시장 문화를 크게 바꾼다’는 시선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사람들은 소비시장의 흐름을 소비자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분명 영향력이 있고 그 영향력이 과거보다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대형 유통채널이 주도한다. 소비자들이 먼저 움직여 변화할 수도 있지만, 대형 유통채널이 선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하나하나 직접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못생긴 농산물 판매를 시작했을 때,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온라인에서만 팔았다. 대규모 유통채널의 벽이 높았다. 그들이 만든 품질기준 때문에 생산자들에게는 원래는 없었던 B급 상품이 생겼고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사는 구조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에서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바꾸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대형 마트가 안 움직이면 유통채널들은 꿈쩍도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할 수 있는 몫은 무엇일까

나는 자본이 풍부하지도 않고, 경영철학을 내세워 업계를 바꿀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과의 소소한 경험이 축적되고 경험이 쌓이면 커다란 유통채널이나 대기업들이 움직이는 초석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 기업이라도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재빨리 받아들여 그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사업계획을 갖고 있나

우리나라에는 곡물 재고가 여전히 많다. 식물성 고기를 만들거나 못생긴 농산물을 유통한 근본적인 이유도 곡물이 버려지지 않고 모두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싶어서였다. 해외시장에서도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 곡물은 대량 생산해 대량 유통하는 방식이 익숙한 산업군이어서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원료상태의 곡물을 그대로 파는 것 보다는 의미 있는 먹거리들을 만들어서 해외에 내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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