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무난히 통과할 듯
문제는 EU 국가들의 심사·통과 여부
각 노조 반발 수습 여부도 인수 변수 작용할 듯

지난달 31일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장면.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지난달 31일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장면.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지난달 31일 임시 주총에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어렵게 통과시켰지만 노조의 반발과 국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라는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 결합을 위한 물적 분할(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총 주식의 72.2%를 차지하는 주주가 참석했고, 참석 주식수의 99.9%가 찬성했다. 이번 법인 분할안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 의결권 중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 2개 회사로 나뉘게 됐다. 본사를 서울로 정한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투자, 연구개발(R&D), 수주영업, 기본설계 등을 수행한다. 울산에 본사를 두는 현대중공업은 상세·생산설계 및 선박건조, 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등 사업부문을 맡는다.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그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놓인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 간 주식교환, 유상증자 등을 거쳐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된다. 이번 물적 분할 승인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본 계약 체결 이후 첫 관문을 넘어섰다.

남은 관문은 기업결합심사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온전하게 인수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국내)와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 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는 만큼 독과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국내 공정위 심사가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경쟁 훼손 여부와 합병이 실패할 경우 대우조선해양 존속 여부 등 경쟁 제한 효과와 효율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독과점 논란이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 시장은 발주사 우위에 있는 만큼 수주업체의 20%대 점유율은 시장 경쟁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공정위 경쟁 제한 기준선도 50%라 점유율이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심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공정위의 판단도 앞서 업계 분석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기업규모가 큰 만큼 심사 준비와 공정위 심사 절차가 길어질 수 있지만,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신중하게 나오고 있다. 이번 인수가 ‘조선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3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제경쟁회의에 참석해 “어느 국가보다 한국 공정위가 빨리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EU 등 최소 10개국에서 각국 공정거래 당국의 결합심사 승인이다. 만약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두 회사의 합병은 물 건너가게 된다.

중국과 일본 공정거래 당국의 승인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 교통부가 최근 “한국의 독점적 지위가 경쟁을 왜곡시키지 않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경쟁 국가를 견제한다는 해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과 주력으로 건조하는 선박 종류가 달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의 최대 핵심은 EU 기업심사 통과 여부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EU의 기업결합 심사에 쏠리고 있다. EU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가장 큰 난관으로 예상됐던 국가다. EU 회원국의 직원으로 구성된 '기업결합 자문위원회'가 양사의 결합 여부에 칼자루를 쥘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내달부터 EU와 일본 등 10개국에 순차적으로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다.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양사의 인수합병에 최대 변수로 여겨졌다. 기업결합 심사는 짧으면 한 달에서 길면 다섯 달까지 소요된다.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 등 이번 딜에 관여한 키플레이어는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최대 난관인 EU에서 '기업결합 허가 의견'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자문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EU측과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EU의 선박 신조 주문은 전 세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상선 운영국 상위 25개국 중 10개국이 EU 회원국이다. 그리스, 독일, 덴마크 등이다. 유럽의 선주사들은 양사의 기업결합이 빚어질 영향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양사가 결합하면 수주 점유율이 20% 이상으로 커진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위와 2위의 조선사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합병의 장점으로 저가 수주 개선을 꼽지만, 유럽 선주사는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일본과 달리 EU가 이번 기업결합을 좌우할 핵심으로 부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벌크선(살물선), 일본은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크루즈선 위주로 건조한다. 국내 조선 3사는 LNG선, 컨테이너선이 주력이다. 중국과 일본의 조선소도 기업 결합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기업결합에 이해관계가 대립하지 않는 분위기다.

EU의 기업결합 심사는 회원국 간 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에서 맡는다. EU 집행위 산하 경쟁총국(DG competition)이 기업결합 등 경쟁법의 소관부처다. 경쟁총국 기업결합 규칙에 따라 시장 집중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해야 한다. 1차 심사에서 기업결합이 역내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판단할 경우 2차 심사에 들어간다.

2차 심사는 EU 회원국의 직원으로 구성된 기업결합 자문위원회가 맡는다. 위원회는 총 90일에 걸쳐 기업결합이 미칠 영향을 심층적으로 조사해 판단한다. 그리스 등 회원국 직원이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는 점도 변수다.

한편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들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는 현재 물적 분할이 통과된 임시 주주총회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인수 가치를 매기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진행하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를 막고 있다.

실사는 현대중공업이 국내외 공정거래 당국에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하는데 필수 절차다. 서류상으로도 가능하지만, 회사 규모가 크고 인수계약에 현장 실사가 포함돼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과 산은은 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3일 현대중공업 실사단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현장 실사하기 위해 4시간 넘게 진입을 시도했지만 대우조선 노조측의 거센 반발과 쇠사슬을 두르며 인간 저지선을 만드는 등의 과잉 대응으로 정문에 발도 들여다 놓지 못하고 철수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노조의 반발이란 변수와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통과라는 장애물 등 2가지 난제를 극복하고 순탄히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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