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 다큐 ‘칠곡가시나들’ 상영 안해…

국내 복합상영관 각각 1위 3위인 CJ CGV와 메가박스가 선택적 영화 상영으로 칠곡가시나들을 상영하지 않는다.
국내 복합상영관 각각 1위 3위인 CJ CGV와 메가박스가 선택적 영화 상영으로 칠곡가시나들을 상영하지 않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국내 주요 복합상영관들의 철저한 상업주의식 영화 상영 방식이 눈총을 사고 있다.

흥행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고, 소위 돈이 안되는 영화는 아예 상영을 안하는 것이다. 상영을 하더라도 수요가 없으면 수요일부터 주말까지 5일 간만 걸고 바로 내리기도 일쑤.

롯데시네마 성남 신흥점의 28일 상영 시간표. 사이트 캡처
롯데시네마 성남 신흥점의 28일 상영 시간표. 사이트 캡처

27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재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이날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다만, 국내 복합상영관 각각 1위 3위인 CJ CGV와 메가박스에서는 이 영화를 다루지 않는다.

소비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종전 다큐멘터리의 전형을 과감하게 깨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노년 속 청춘을 재조명했다.

이 영화는 노년의 삶을 유쾌 발랄한 할머니들의 맑은 웃음으로 바꿔 묵직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 시사회부터 관객의 공감과 관심이 확대됐지만, 정작 업계 상위 상영관인 CGV와 메가박스가 상영하지 않으면서 관람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재환 감독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159개 영화관에 1182개 스크린을 가진 CGV에서 내어줄 수 있는 스크린은 8개라고 말했다”며 ”CGV는 개봉 당일 실적에 따라 향후 ‘유동적으로’ 몇회 상영할 지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의 28일 상영 시간표. 사이트 캡처
메가박스 코엑스의 28일 상영 시간표. 사이트 캡처

같은 날 개봉한 CGV 아트하우스 배급 독립 극영화 ‘어쩌다, 결혼’은 95개 CGV 극장에서 140개 스크린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감독은 “▲칠곡 가시나들과 ▲어쩌다, 결혼은 순제작비가 같다. 광고홍보지도 거의 비슷하고, 시사회는 칠곡 가시나들이 더 많이 했다”면서 “차이는 CGV 아트하우스 투자·배급 작품인가 아닌가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CGV 송파의 28일 상영 시간표. 사이트 캡처
CGV 송파의 28일 상영 시간표. 사이트 캡처

 

그는 개봉일 실적에 따른 유동적인 스크린 편성에 대해서도 “(극장측은) 예매율 기준으로 상영관을 배정한다고 했지만, 개봉 3일을 앞두고 ‘칠곡 가시나들’에 예매창 열어준 복합상영관이 한군데도 없는데 어떻게 예매율을 올리냐”고 되물었다.

CGV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배급사에서 요청하는 상영 규모와 우리가 생각하는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칠곡가시나들을 상영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애둘러 말했다.

상황은 메가박스도 마찬가지이다. 메가박스는 칠곡가시나 상영에 17개 상영관에서 평균 1회를 배정했다. 통상 개봉 일주일 전에 예매를 시작하는데 메가박스에서도 예매창이 열리지 않는다.

이 영화의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메가박스 서울 강남점을 찾은 노인들.
이 영화의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메가박스 서울 강남점을 찾은 노인들.

복합상영관 가운데 업계 2위 롯데시네마가 칠곡가시나들을 상영하지만, 관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시간대의 스크린은 거의 확보하지 못한 채 전국 예술극장을 포함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2009년 1월 개봉해 자기간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감독 이충렬)’는 모두 293만4795명이 관람했다. 이 영화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한 노인과 소의 애환을 담아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편, 1월 23일 개봉해 보름만에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극한 직업’의 경우 개봉 초기 이들 복합상영관들은 80%에 육박하는 스크린에서 영화를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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