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생생경제 '나는소비자다' (방송일 2018년 12월6일)

김혜민(김) : 소비자가 시장의 주체로 서는 그날까지 함께 합니다. ‘나는 소비자다’ 시간인데요. 오늘도 소비자경제 컨슈머 저널리스트 권지연 기자 나왔습니다.

(인사)

김 : 오늘은 어떤 얘기?

권 : 요즘 라돈에 대한 공포가 점점 확산하는데. 내가 사는 집은 과연 안전한지 불안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 : 맞아요. 그래서 주민센터 같은데서 라돈 측정기 무료로 대여해 주던데요. 신청하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 그러더라고요.

권 : 그렇죠. 최근 부산의 아파트 마감재에서 라돈이 검출됐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는데요.
서울에서도 실내 공기질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며 입주민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아파트 화장실에 쓰인 브라질산 대리석 선반 이었는데요. 해당 아파트의 시공을 받았던 건설사 측에 먼저 연락을 해봤습니다. 문제없는 것으로 교체해 주겠다고 조치 했다고 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INSERT 1 : 건설회사 관계자

권 : 이번 취재는 과연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실제로 제가 직접 아파트 단지에 가서 무작위로 한 집을 골라 라돈을 측정해 봤습니다. 우리 환경부는 주택 실내 라돈의 정상 수치를 200베이크럴(bq), 5.4피코큐리(pCi/L)로 제한하고 있고요. 라돈 측정은 10분 단위로 진행됐는데요. 10분 만에 나온 첫 번째 수치에서 2배 이상, 20분 만에 3배, 이런 식으로 갈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라돈 농도는 일반적으로 새벽이 가장 높고 낮에 낮아집니다. 그래서 라돈 측정은 24시간 연속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잠깐 잰 거지만 낮 시간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일단 가벼이 볼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주민들 중에는 지금 우리 아파트 단지에 라돈이 검출돼서 교체 신청을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INSERT 2 : 입주민들

김 : 제대로 공지를 안 한 건가요?

권 :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 안과 밖에 안내문을 붙이긴 했는데요. 사실 그런 안내문을 안보려면 또 안 볼 수가 있어서인건데요.
교체 신청을 받고 있는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얼마나 신청이 들어왔는지를 물었지만 임의로 알려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권 : 우리가 생각할 때는 시공사가 화장실 아닌, 다른 곳에서도 라돈이 검출될 수 있으니 제대로 측정을 하고 교체를 한다면 전체 가구에 대해서 진행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지 않습니까? 부산의 경우도 주민들이 라돈 측정했을 때는 라돈이 측정됐지만 시공사가 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고요.

이처럼 시공사가 책임을 미룰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건축자재 자체에 대한 방사선 등 유해물질 검출 기준이 별도로 없기 때문입니다.

김 : 뚜렷한 해결 기준이 없다고요?

권 : 네. 환경부는 공동 주택의 실내 공기질과 관련한 기준을 운영하고 있고 국토부도 실내 공기질이 환경부 기준을 충족하게 하는 방향으로 건축법 등 관련 법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자재 자체에 대한 유해물질 검출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시공사는 공기질 측정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주장하고요. 주민들은 몸에 직접 닿는 선반 같은 곳에서 검출되는 건데. 어떻게 문제가 안 되느냐고 맞서는 거죠.

그래서 국토자원부와 환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TF를 구성해 건축자재 방사선 등 유해물질 규제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축자재의 방사선 피해를 막기 위한 법규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는데요. 라돈 공포가 확산하는 만큼 제대로 된 기준과 해결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겠습니다.

김 : 다음은 어떤 사례인가요?

권 : 이번에도 아파트 문제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천안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올 여름 팬코일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천장이 무너지고 집이 물에 잠겼는데요. 침수의 원인은 냉방에서 발생하는 물을 배출하는 음축수 배관 사이에 틈이 벌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한 두 집이 아니다보니 입주민 카페에는 민원글이 줄줄이 올라왔고요. 시공사가 수리를 했지만 계속 하자가 발생해 서너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 수리를 한 집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년 여름에 또 누수가 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고요. 그런데 문제는 집에 살던 세입자가 하자 처리가 빨리 안 된다면서 3개월 살다 나가버려서 집 주인이 관리비와 이자까지 생돈 75만원 매 달 내고 있는 경우가 있었던 겁니다.
소비자의 얘기 들어보시죠.

(INSERT 3) : 소비자

김 : 해당 시공사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권 : 여름에 여러 집에서 팬코일 누수가 발생했는데, 모두 하자 처리가 됐다. 그런데 이 경우는 소비자가 협조적이지 않아 제대로 처리가 안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INSERT 4 : 시공사

권 : 말하자면 하자로 인한 피해 배상에 대한 온도차가 발생한 겁니다. 소비자는 세입자를 들이지 못해 본 피해 배상까지 바라는 것이고 시공사 입장에서는 그것까지는 힘들다고 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 경우 소비자가 바라는 확대 배상이 가능할지 여부를 살펴봤는데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분양주택의 건축과 설비 상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건설사가 하자보수책임기간 이내에는 무상 수리 또는 보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확대손해 배상과 관련해서는 규정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민사로 가야 하는데요, 단 분양주택에 사용된 자재나 설비 등이 견본주택에 시공된 것과 품질 등에서 차이가 난다면 설비 대책 또는 차액을 환급해 주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소비자는 시공사가 애초에 개별난방 방식인 EHP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했는데 시공비 절감을 위해 팬코일(중앙식)로 사양을 바꾸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 부분이 입증된다면 다퉈볼만 한 것이죠. 환급액은 계약서 상의 공급면적 단위가격 곱하기 부족면적(제곱미터)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김 : 그런데 두 사례를 들으면서 아파트를 지을 때 좀 잘 지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권 : 그렇죠. 많이 아쉬운 부분이죠. 두 아파트 단지 모두 시공사가 브랜드 파워에서 10위 권 안에 들거나 우수시공업체로 2년 연속 선정된 이름있는 곳들이란 점에서 더 아쉬움이 생기는데요.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짓는다는 책임감 만큼은 더 무겁게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김 : 다음은 또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권 : 위의 사례라든지 동일한 피해가 다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문제들과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에게 유독 불리하게 작용하니까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김 : 소비자 집단소송제는 우리나라에는 도입이 안 된거죠?

권 : 2004년 증권관련해서만 집단소소법이 제정됐습니다. 이후로 10년 넘게 확대 도입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발도 크고 해서 제대로 도입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특히 2015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사건이나 올해 bmw 화재 사건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독 한국은 리콜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곤 하죠.

김 : 자, 그럼 집단 소송제 도입에 앞 서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무엇인가요?

권 : 한국 실정에 맞는 제도를 살펴보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집단 소송제는 크게 미국식이 있고, 유럽식, 그리고 일본식이 있습니다. 우선 집단소송과 단체 소송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식은 집단 소송, 유럽은 단체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시면 쉽습니다. 우선 미국식은 소비자 한 명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피해를 입은 전체 소비자가 구제를 받는 대표소송제의 성격을 갖습니다.

그리고 유럽식은 소비자 단체가 대신 소송을 제기하고 소비자에게서 수권을 받아 손해 배상을 대신해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도 프랑스식은 손해 배상을 소비자게에 하지만 독일 같은 경우는 배상액을 국고로 환수시킨 후 소비자에게 일부 보전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또 일본의 경우는 2단계 집단 소송제를 도입했는데요. 우선 기업의 위법성을 확정한 후 개별 피해자들의 재판 청구권을 모아 손해배상액을 확정하는 이원화한 집단 소송제를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개인보호가 취약한 경우는 미국식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 단체소송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식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의견인 겁니다. 반면 미국식을 따르면 한 명이 패소하면 다 패소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위험성이 따르니 유럽식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둘 다 각기 도입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고요. 그런데 실제로 공정위라든가 관계 정부 기관들 내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드는 거죠.

김 :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이 소비자단체 소송제도를 간소화 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지?

권 : 우리나라의 소비자단체 소송제도는 기업의 위법 행위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사업자에게 위법행위 하지 말라고 명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사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은 없어서 한계가 있는데다 소비자단체는 회원이 1천명 이상, 비영리 민간단체는 5천명 이상임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상 복잡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간소화 하겠다고 한 것이니 필요한 부분인데요. 사실 공정위가 스스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권한 행사를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일어왔습니다. 시정명령 같은 막강한 권한 행사도 제대로 못해왔으니까요. 분쟁 조정에 있어 유독 소비자게에 불리했던 부분들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우선 공정위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충분히 논의하는 것부터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무리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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