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생생경제 '나는 소비자다'

 

 

 

김혜민(김) ‘나는 소비자다’시간입니다. 오늘도 소비자경제 컨슈머 저널리스트 권지연 기자와 함께합니다. 

자, 오늘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권지연(권) 소비자 문제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환불 부분이잖아요. 제품불량이나 문제가 있을 때는 사업자가, 단순변심이면 소비자가 내도록 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만약, 포장을 뜯어서 사용을 했다면 어떨까요?

김 : (대답하고)

권 : 구체적 예시를 조금 드려볼게요. 

소비자가 살 빼는데 좋다는 말을 듣고 인기 연예인을 내세워 홍보하는 스쿼트머신을 한 홈쇼핑이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고 허리가 너무 아픈거예요. 그래서 바로 다음 날 환불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업체에서는 이미 포장을 개봉한데다 설치해 사용했다며 반품을 거절했습니다. 

방송할 때 개봉하면 반품이 안 된다고 말도 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김 : 소비자는 억울하겠는데요?  

권 : 그렇죠. 그래서 소비자는 “구입한 물건이 배송 오면 뜯어서 설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사용해봐야 불편한지 유용한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는데요. 그러면서 “방송할 때 반품에 관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경우 환불 거절은 타당할까요? 

김 : 방송에서 말했다고 하지만 소비자는 못 들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소비자는 억울할 것 같아요. 

권 : 맞아요.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만 환불을 거절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원이나 소비자 단체들의 판단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청약철회 제한의 기준을 “제품 자체의 가치를 훼손했는가”로 봅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서 소비자보호에 관한 해당 조항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는 청약철회의 제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규정돼 있는데요. 
하지만 이는 제품 자체의 훼손을 의미하는 것으로 포장만 뜯었고 제품을 훼손한 것이 아닐 경우 업체가 청약철회를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철회할 수 있는 기간은 분야별로 다른데, 전자상거래판매는 7일, 전화권유판매나 다단계 판매는 14일이니까 그 기간 내에서는 환불을 해야 하는데요. 이 기간을 넘긴 것이 아니라면 환불을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의 말 들어보시죠. 

(Insert#1 정용수 소비자문제연구원 원장)

방송에서 반품이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면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만 포장을 개봉했다 하더라도 상품을 다른 곳에 다시 팔 수 없을 만큼 제품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린 것이 아니므로 청약철회 기간을 넘기지 않았다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 원장은 “소프트웨어 제품 예를 들어 CD같은 제품들은 뜯어서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환불이 어렵다”면서 “그래서 그런 제품들의 포장에는 ‘뜯고나면 환불이 안 된다는 표기가 반드시 있다

만약 사탕을 샀는데 포장을 뜯어서 내가 한 개를 먹었어요. 이 경우는 어떨까요?

김 : (대답하고)

권 : 사탕을 한 개 먹었다고 해서 나머지 남은 사탕 못 파는 게 아니잖아요. 먹은 사탕 개수를 빼고 나머지 사탕에 대해서 해 주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 포장지에 개봉 시 환불이 어렵다고 적혀 있으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계약을 진행할 때 반드시 약관 등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계약하고 겉포장의 표기 등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김 : 네. 그렇군요. 다음은 어떤 얘기죠? 

권 : 지난 3일 홈쇼핑과 소셜커머스 등에서 중국, 동남아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하던 한 중소 여행사(e온누리여행사)가 돌연 폐업했습니다. 이유는 경영악화였는데요. 업계에서는 “너무 무리하게 패키지 상품 가격을 낮춰 판매하면서 돌려막기를 하다 폐업에까지 이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사는 중소여행사지만 2017년 11월 종합 패키지 여행사로 출범해 한 홈쇼핑에 입점 계약을 체결했고요. 12월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베트남 다낭 상품의 경우, 1만 콜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고 이 중 25%가 계약을 체결했다. 그만큼 피해도 적지 않은데요. 
심지어는 현지 여행 중 일정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폐업 소식을 들은) 가이드가 여행을 못 하겠다며 여행비를 당장 내놓으라고 해 이후 예정돼 있던 호텔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고속도로 주차장에 노숙 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단 제가 판매를 했던 홈쇼핑과 소셜업체 쪽에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모두 폐업 후에 알았다면서 우리도 피해자라 다른 말을 했는데요. 

먼저 홈쇼핑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insert #2 홈쇼핑 관계자) 

우리도 폐업 후에 3일 통지를 받았습니다. 우리 쪽 광고를 보고 여행 상품을 신청한 고객들에게는 피해보상을 하는 쪽으로 진행 중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해당 고객의 정보를 폐기하도록 되어 있어서 e온누리여행사를 찾아가 DB를 가지고 와서 현재 분석 중입니다. 패키지 내용의 진행여부에 대해서는 서면 상으로 파악을 하고 진행을 하지만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품질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상품이다 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말도 이어서 들어보시죠. 

(insert#3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

폐업 후 관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출발 못하는 고객들에게 환불을 해주고 위약금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피해건수는 두 자리 수 정도로 크지는 않습니다. 

김 : 그래도 소비자들이 최대한 환불은 받을 수 있다니까 다행이네요. 

권 : 그런데, 이건 좀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 한국여행업협회(WWW.kata.or.kr)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구제 접수가 진행 중인데요. 

여행사들은 사고발생이나 관광객 손해를 대비해 반드시 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그 최소 기준은 국내여행 2000만원, 국외여행업 3000만원에 불과한데요. 폐업한 여행사가 신생이라 사업연도 매출액이 없기 때문에 보증보험이 최소한도인 3천만 원)로 가입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금액이 보험 한도를 넘을 경우는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돈을 돌려받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판매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크더라도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환불을 해주는 것일 텐데요. 문제는 이처럼 갑자기 도산하게 되는 중소여행사가 이 여행사뿐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달에도 한 중소여행사가 문을 닫으면서 신혼여행을 코앞에 앞두고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거나 하는 황당한 사연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여행업체 수는 2010년부터 계속 증가추세입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매 분기 발표하는 전국 관광사업체 현황을 살펴보면 여행사 수는 2009년 말 8907개에서 올 2분기 2만1천 667개로 늘었습니다. 

폐업률을 보면 2009년 일반여행업 33곳에 문을 닫았는데 2017년 299곳이 문을 닫았거든요. 9배나 늘어난 거죠. 

김 : 어떤 장치들이 필요할까요? 

권 :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이나 이커머스업체도 옥석을 잘 가려내야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행사가 이처럼 난립하는 이유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행사 등록시에 들어가는 자본금을 낮췄기 때문이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국외여행업의 자본금은 3000만원이다. 지난 2009년 1억 원에서 6000만원으로 낮췄고 2016년 3000만원으로 다시 인하했다. 

일반여행업 등록 자본금은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국내여행업은 1500만원으로 낮췄다.

규제를 풀면서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여행사가 고객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면서 운영이 악화되고 다시 여행 경비를 낮춰 모객하는 악순환이 반복하는 꼴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행사들이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여행 경비를 낮추고 대금을 돌려막다 폐업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셈이죠. 

(insert#4 한국관광협회 관계자)

둘째, 최근 온라인과 TV홈쇼핑을 통해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행패키지 상품 실적이 최근 부쩍 좋지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김 : 소비자 불만족도가 높아서?

권 : 맞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7년(2010년~2016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소비자불만은 9만2462건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7295건이던 것이 2016년 1만8457건으로 153.0% 증가했다. 

소비자가 구매한 여행 패키지 일정에 차질이 생겨도 여행사 측은 일정 금액만 보상해줄 뿐 별다른 피해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패키지 상품을 팔고 문제가 발생하면 숙박비 정도만 보상을 해 줄 뿐, 그에 들어간 정신적 피해 보상 같은 것들은 증명하기도 어렵고 보호할만한 법적 근거도 미비하기 때문이죠. 

무리하게 경쟁해서 모객을 유치할 것이 아니라, 분쟁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장기적으로는 그 업계가 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고 싶은 건, 패키지 상품 실적이 저조한데도 홈쇼핑들이 적극적으로 상품 광고를 하는 이유는 여행 상품은 판매실적과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의 판매수수료를 받는 '정액 수수료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들 업체들도 패키지 여행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 대비 판매가가 높다 보니 하나를 팔아도 남는 게 많은 거죠. 
업체들이 소비자피해구제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도록, 판매가를 후려치거나 너무 높은 수수료를 받은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김 : 권지연 기자,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권 :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