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신문 칼럼]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지역별 선관위가 '공명선거 및 정치후원금 제도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깨끗한 정치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소액의 후원금을 권장하는 행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환경은 여전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을 기대하기에는 투명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치도 유권자가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보다 나은 정치와 정책을 기대하는 선의의 민심이 반영되지 않으면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선뜻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집권여당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후원금 계좌를 채우기 위해 공기업이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련 기업에 은밀하게 후원을 요구해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야당 의원들은 그 나름대로 입법로비를 매개로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후원 모금을 공공연히 때로는 물밑에서 교차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과정에 지역 당원협의회에서 수집한 당원과 지역주민들의 개인 통신정보들, 뿐만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안내문을 문자메시지로 정기적으로 뿌리는 것은 이미 일상화된 주요 정치활동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국회의원별 연간 법정 한도 액수인 1억5000만원을 후원금을 채우기란 어렵다. 국영 공기업과 산하 기업, 민간기업체와 협회, 연합회 등등 입법 이권에 얽혀있는 상임위별 입법로비가 맞물려 있는 집단들이 정치권에 후원금을 미끼로 접근할 국회의원회관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고 로비스트가 양성화돼 있지 않은 우리 정치권에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국회는 각종 단체와 기업집단, 심지어 정부 부처에 이르기까지 입법로비가 음성적이나 공공연히 거래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 단체나 공기업과 유관 기업의 경우 단체의 정치후원 활동보다는 정권이 바뀐 뒤 공기업의 수장들이 물갈이 될 때마다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금을 사내 공지로 모금활동을 벌이는 데에 있다. 이런 경우 사측이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통보하는 것도 부족해 모금한 돈을 사측이 임의로 직원 개별 명의로 특정 의원 계좌에 입금하는 식으로 전형적인 쪼개기 후원금을 내는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쪼개기 후원금’으로 포털에서 검색하면 몇몇 기업과 병원이 검찰 수사망에 걸려 있고, 올해 박용진 의원이 터트린 ‘비리유치원’ 논란으로 불거진 관련 단체들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비단 이들 단체와 기업뿐만 아니라 빚더미에 올라 있는 정부 부처 공기업들과 산하 파견기업들도 이러한 편법 쪼개기 후원금 의혹 선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올해 국감이 시작되기 전 필자는 한 통의 문자메세지 제보를 익명의 내부 관계자로부터 받았다.

해당 제보문자에는 특정 공기업의 협력업체인 A기업이 내부적으로 어느 정치인에게 후원할 것인지에 대해선 함구한 채 자체적으로 정치후원금 모금을 결정하고 전국 지사 직원들을 상대로 정치후원금 모금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이긴 해도 직원별 이름과 금액만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모금한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사측이 임의대로 직원 명의로 쪼개서 일부 국회의원 후원계좌에 입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시민의 명의로 입금되는 소액 후원금이기에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사법당국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들춰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특정 정치인과 후원단체와 기업들이 이런 형태로 얽히고섥혀 돌아가는 정치후원금의 커넥션은 일그러진 정치권의 단면이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적폐다. 해당 불법의 주체들은 알고도 저지르는 편법행위이기에 투명성과 공정성으로 바로 세워 가야 할 우리 정치사회의 성숙과 정도(正道)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법당국의 발본색원을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 고동석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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