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칼럼] 지긋지긋하던 폭염이 한풀 꺾였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재앙에 대해 함께 심각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 이는 더 이상 거시적이고 동떨어진 얘기가 아닌, 아주 밀접하고 직접적인 나와 내 이웃들의 문제이다. 

올여름 가마솥 더위는 우리별 지구가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고의 메시지로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517곳 대상으로 한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8월15일까지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4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몇 년 전 우리나라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 때 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날씨와 온도에도 쓰러지고 죽어가는 연약한 존재임에도 해마다 망가져 가는 지구별의 환경 시스템에 대해선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고 있다. 지구별 대한민국 땅에선 올 여름 일자리와 최저임금, 각종 정치, 경제, 사회 문제 등등 저마다 처한 먹고 살기도 바쁜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에 매몰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환경단체들이 있고, 활동가들이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심각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에어컨을 만들어 파는 회사들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고, 에어컨 설치는 최소 2주일이 지나야 가능할 정도로 줄을 이었다. 내년에도 이런 폭염이 몰아닥친다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악순환은 가속화될 것이다.

인간은 20세기 들어 지구별과 닮은 행성을 찾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태양계 우주 세계를 관찰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별의 밝기와 온도가 지구 생태계와 흡사한 행성을 찾았다고 해도 태양계 밖을 벗어나는 데에만 앞으로도 수백 년이 걸릴지 모른다. 또 지구인이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날 곳을 탐색한다는 것은 이 땅에서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파멸적 위기에 내몰려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구인들이 대규모 예측불허한 우주의 또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간다는 것은 수백년 이후라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영화 속 공상 같은 일이다. 만약 아주 먼 미래에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면 수억 만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뒤에 극히 일부의 지구인만 엑소더스하고 나머지는 버려질 수도 있다.  

어찌됐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들은 살아 생전에 하나뿐인 지구 밖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럼에도 지구가 스스로 아파하고 못살겠다며 고통받고 있다는 기상이변의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발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용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은 이상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지구인 전체가 멸절하는 시간표는 되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사계절의 흐름 속에 온도가 내려가고 다시 시원함의 소중함을 느끼는 가을이 오면 지난여름의 고통은 또다시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테니까 말이다.

여름의 끝에서 이제는 우리가 살아 있는 시대에 다가올 가까운 미래 파멸적 기후재앙에 관심을 가지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아닌 변화를 실천할 때다. 지금부터라도 일상 생활 소비에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에어컨 사용만 이라도 조금씩 줄여보면 어떨까. 앞으로는 지구에서 잘 생존하는 문제가 이 행성 반대편에 사는 나라과 시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지금 당장의 고민 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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