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칼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 아래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7일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에서 나온 결론은 어처구니없게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거였다.

뿐만 아니라 자체 조사 결과로 터져 나온 사법거래 정황들이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하면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방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바른 소리만 내놓았다. 김명수 대법관도 8일 출근길에 자체 해결을 강조하면서 내부적으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거래 의혹은 결코 의혹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불법과 탈법, 부정과 비리 의혹만 있다면 그 대상이 법원이라고 해도 법 앞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자체해결’이라는 미명 하에 무소불위의 법치 권력으로 덮으려 한다면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될 수밖에 없다. 국가 존립과 민생 법치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법원이 눈과 귀를 닫아걸고 자기 아집과 오만으로 스스로 동굴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사법부는 자신들의 더러운 과거를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부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것을, 앞으로 들불처럼 피어오를 국민적 불신이 법원 자체적으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설명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지금 자체 해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해서 덮혀질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또 박근혜 정부시절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내려놓고 청와대와 거래해놓고 지금에 와서 다시 사법부 독립을 위해 검찰 수사를 용인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고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 법관들이 법리를 앞세워 엉터리 판결을 내린 것을 모두 들춰낼 수는 없는 일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국민 정서 보다 법리 준용의 원칙과 신뢰가 살아 있다면 법관들을 탓할 수 없고 누구라도 법원의 판결과 결정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칙과 신뢰가 무너진 작금의 상황은 사법부의 폐해로 국가와 사회 질서까지 미칠 악영향과 파급은 미뤄 짐작할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기 위해 정치 권력을 바꾼 국민은 이제 법원이 법원 답지 않은 뒷거래를 눈 뜨고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과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전대미문의 재판거래 의혹이라는 사법농단에 관여한 전현직 법관들과 법관 사찰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과열된 지방선거가 끝난 뒤 국민적 관심사는 단연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에 쏠릴 수밖에 없고, 나라다운 나라의 사법부가 바로 서려면 양승태 전 대법관 체제로 이어져 온 법원 내 적폐 청산이 불가피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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