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 칼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7일 결국 사의를 표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했다. 신임 원장으로 임명된 지 보름 만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후 그는 보수 야당들의 눈엣가시였다.

역대 금감원장은 초대 이헌재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금융감독위원회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으로 분리되기 전 대체로 국가 경제와 금융 정책을 책임져온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 위원으로,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이었다. 이에 반해 김 전 원장은 시민단체 출신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19대 주요 활동 상임위원회로 정무위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의 수장으로 어지럽혀진 금융업계에 개혁의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해 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들이 단지 ‘김기식’이라는 이유로 반발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보수야당들이 정치적 반대여론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19대 국회 임기말 피감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부적절한 외유성 출장 논란과 민주당 의원들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더좋은 미래’에 남은 후원금 5천만원을 기부한 것에 결국 발목을 잡힌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의 과거 불찰들이 결국 보름짜리 금감원장으로 낙마하고 말았지만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려 했던 금융개혁의 불씨가 다시 주저앉아서는 안될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김기식이라는 인물됨은 그가 보여준 국회정무위 활동상에서 드러나듯 금융개혁과 금융업계가 소비자 권리 중심으로 시대의 흐름이 변화돼야 한다는 지론과 시각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경제를 주도했던 재벌 중심의 금융시장은 일반 금융소비자의 피땀을 빨아 먹고 성장해왔고, 기업의 흥망성쇠에 공적자금으로 때로는 경영승계에 국민 혈세와 자금이 국민 동의도 없이 동원되는 온갖 편법과 불법들로 금융시장을 교란해왔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 전 원장이 비록 역대 최단기간에 낙마한 금감원장으로 기록되겠지만, 사임 전날까지도 저축은행장들을 모아놓고 비싼 이자 대출에 호통을 치고 제동을 걸었던 것은 그가 추진하려 했던 금융개혁의 출발점이 금융소비자를 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임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다만 금융개혁의 당위성은 더 거세게 높아진 국민적 요구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후임 금감원장에 누가 됐던 금융소비자 중심의 개혁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서민의 눈높이에서 동행하는 인사가 임명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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