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추세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3~4년 기술 격차

[자료=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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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로 화이트 바이오산업주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으나 한국의 관련 기술 수준은 미국과 3년 이상 격차가 있으며 특허 및 논문의 질적 경쟁력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화이트 바이오산업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세계 화이트 바이오산업 시장 선점과 우리나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예산 및 정책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이트 바이오산업은 바이오(생명공학) 기술이 접목된 친환경 화학·에너지 산업으로, 기존 화학·에너지 산업의 소재를 바이오매스(식물, 미생물, 효소) 유래 물질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한국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량 G20 중 3위(44kg),세계 친환경 트렌드에 대응해 화이트 바이오 시장 선점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화이트 바이오산업은 석유 기반 제품의 생태 유해성, 세계적인 플라스틱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대표 제품인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의 분해 기간은 5년 이내로, 페트병(450년)이나 비닐(20년)과 비교해 폐기 후에 빠르게 분해되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석유 기반 제품 대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절반 수준인 저탄소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 5월 호주의 비영리기관인 민더루재단(Minderoo Foundation)이 발표한 ‘플라스틱 폐기물 제조업체 지수(The Plastic Waste Makers Index)’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44kg에 육박했다. 이는 호주(59kg), 미국(53kg)에 이어 G20 국가 중 상위 3위에 이르는 양이며, 국가 전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30만 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올해 1월부터 회원국을 대상으로 플라스틱세를 도입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1톤 배출 시 800유로(약 110만 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또한 7월부터는 EU 전역에 빨대, 식기 등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에 대한 유통 및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등 플라스틱 감축 규제가 강화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화이트 바이오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EU를 비롯한 주요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친환경 제품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 산업,한국의 화이트 바이오 핵심 기술 경쟁력은 미국과 3~4년의 격차가 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드로이트 마켓리서치(Adroit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화이트 바이오산업 시장은 연평균 10.1% 성장해 2019년 2378억 달러(약 281조 원)에서 2028년에는 약 5609억 달러(약 66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세계 반도체 예상 매출액 규모인 5509억 달러(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 8월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OECD는 2030년 세계 바이오경제에서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총부가가치 비중(39%)이 레드 바이오(의약·의료), 그린 바이오(식품·농업·자원) 분야를 제치고 가장 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0년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친환경 바이오 소재’ 및 ‘바이오 및 폐자원 에너지화’ 등 화이트 바이오산업 관련 핵심 기술의 경쟁력은 미국 대비 각각 3년, 4년의 격차가 있다. EU, 일본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며 미국의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78~85%에 그친다.

화이트 바이오 기술 관련 특허 및 논문의 피인용 건수로 산출한 영향력 지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바이오 소재 기술의 경우 2013~2017년 우리나라의 특허 영향력은 0.7에 그쳐 미국(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2014~2019년 논문 영향력(7.9)도 EU(10.3), 미국(10.2)에 비해 낮았다.

지난 6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국제행사 ‘바이오 코리아 2021’[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국제행사 ‘바이오 코리아 2021’[사진=연합뉴스]

화이트 바이오산업 지원예산 확대와 실용화를 위한 인센티브 필요

친환경 및 ESG를 중시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주요국들은 화이트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오프리퍼드(Biopreferred)’ 프로그램을 통해 연방정부가 앞장서서 바이오매스 기반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바이오 인증제와 라벨을 도입하는 등 바이오 제품 사용 촉진 제도를 시행 중이다.

프랑스는 2020년 2월에 제정한 ‘순환경제를 위한 폐기물 방지법’에 기반해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활용 및 재사용 플라스틱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0~2022년에 2억 유로(약 2692억원)를 투입하는 등 순환경제(Economie circulaire)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2019년 5월에 ‘플라스틱 자원순환 전략’을 수립하고 2050년까지 중장기 바이오플라스틱 도입 로드맵을 마련했다. 2035년 폐플라스틱 재활용률 100%를 목표로 해양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화이트 바이오산업 활성화 전략’ 등을 발표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형성 초기 단계로 불확실성이 높아 민간의 화이트 바이오 R&D에 대한 세제지원을 포함한 인센티브 설계와 제품의 실용화 및 사용 확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의 바이오 R&D 투자에서도 화이트 바이오 분야의 비중과 규모는 열위에 있어,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 R&D 투자 확대는 물론 화이트 바이오 분야의 지원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 ‘2021년도 생명공학육성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화이트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는 전체 바이오 예산의 2.8% 수준인 831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화이트 바이오산업은 국가 친환경 경쟁력의 기반으로 중요성이 크지만, 기술 수준이 취약하고 R&D 불확실성이 높아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오와 화학 분야의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화이트 바이오 신기술의 신속한 실용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국내시장 활성화 방안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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