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이번 주말 프로축구 K리그에서 사령탑 지략대결을 벌인다. 

최용수 FC서울 감독과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31일 K리그1(1부) 2020 4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최용수, 김남일 감독은 국가대표로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한일월드컵 4강으로 이끈 주역이다. 선수로는 선후배로 축구장에 나섰지만 감독으로는 적장으로 마주하게 됐다.

서울에서만 9시즌째를 보내는 베테랑 지도자인 최용수 감독은 2018시즌 극심한 부진 속에 창단 이후 처음 파이널 B(하위 스플릿)로 추락한 서울을 다시 맡아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후 지난해에는 3위까지 끌어 올렸다.

프로팀 지휘를 처음으로 맡게된 김남일 감독은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등에서도 프로선수 생활을 했고 국가대표로 3차례 월드컵에도 출전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뒤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지냈으나, 감독 경험이 전무한 그가 성남 지휘봉을 잡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성남은 순조롭게 이어가는 중이다. 성남은 광주FC와의 개막 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프로 감독 데뷔전의 승리를 거둔 김 감독과 성남은 인천 유나이티드(0-0), 강원FC(1-1)와 차례로 비기며 무패로 5위에 올라 있다. 

팬들은 현역 시절 '진공청소기'로 불린 김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모습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떠올리며 '남메오네'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지난해 12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이라며 서울과의 대결이 가장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 감독에게 일찌감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서울은 올 시즌 개막 라운드에서 강원에 1-3으로 역전패해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이후 광주(1-0)와 포항 스틸러스(2-1)를 차례로 꺾으며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서울도 3라운드까지 2승 1패로 3위 자리를 지키며 순조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포항 원정 경기 당시 선수단 밖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렀으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최 감독의 노련한 경기 운영은 다시 한번 돋보인 순간이다.

서울-성남전에 앞서 30일 K리그2(2부)에서도 월드컵 영웅 출신의 사령탑 간 맞대결을 관람할 수 있다.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경남FC와 황선홍 감독의 대전하나시티즌이 창원축구센터에서 K리그2 5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프로 사령탑을 처음 맡은 설 감독이 선배 황 감독에게 도전하는 경기다.

설기현 감독은 1979년생으로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과 함께 올 시즌 K리그 22개 구단 사령탑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하지만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의 재도약이라는 중책이 그에게 맡겨진 미션이다.

경남은 개막 이후 3경기까지 패배를 몰랐으나 27일 수원FC와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하고 시즌 처음 쓴맛을 봤다. 현재 경남은 1승 2무 1패로 5위에 올라 있다. 대전은 K리그2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경남은 이번 대전과의 홈 경기에서 분위기를 추슬러야 한다.

대전은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에서 기업구단 '대전하나시티즌'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하며 1부 승격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대전은 개막 이후 4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는 매서운 공격력을 뽐내며 3승 1무, 무패 행진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설 감독은 올 시즌을 전망하며 대전을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팀 중 하나로 꼽았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