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머니 “정의연 위안부 팔아먹어” 울분
‘윤미향 논란’ 여야 엇갈린 반응, 수사 먼저 vs 의혹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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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사람이 받아먹었습니다. 재주는 30년 동안 제가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로 팔아먹었습니다. 팔았습니다. 위안부를 이용해서 한 것은 도저히 용서 못 합니다. 이것도 또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7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수요시위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8일 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사자도 모르게 모금한 돈을 정작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의연 이사장 출신으로 비판의 대상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당선자와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를 언급하며 "30년을 같이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나갔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9일 윤미향 당선자와 만남에 대해서 “이용해 먹고 뻔뻔스럽게 눈물 흘리나”라며 “용서할 가치도 없다”고 질타했다.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 의혹과 관련하여 여야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책임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온 이용수 할머니께서 기자회견까지 하시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윤 당선인에 대해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이용수 할머니께서 제기하신 문제는 정의기억연대가 적극적으로 해소해가야 한다”면서도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의와 역사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의혹 규명을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도리가 아니다. 국정조사 추진까지 폭넓게 검토하는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바보같이 당했다고 생각해 펑펑 울었다며 고령의 나이에도 울분을 토하시는 할머니를 보며 국민들은 함께 울었고 함께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제기돼 왔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할머니의 말씀대로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TF 1차 회의를 열었다. TF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윤미향 당선인이 정의연(정의기억연대)에 반대한 할머니를 배제하고 사리사욕만 챙겼다"면서 "윤 당선인이 1995년 성북동 빌라를 살 때부터의 자금추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미향 의혹과 관련하여 통합당은 시민단체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준비할 방침이다. 

한편 정의연은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과 관련하여 "마음이 아프다. 저희가 할머니 기자회견에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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