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편의점을 자주 가는 A씨. 친구와 같이 살기는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달라 밥먹는 시간이 다르다. 오늘도 편의점에 가서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치킨 한조각을 사서 끼니를 채우려고 했다. 그런데 치킨값이 갑자기 올랐다. “평소 간단하게 끼니를 하려고 편의점에 자주 들르는데 지난주만 해도 2000원 하던 넓적다리오리지널 치킨이 200원이 올라 2200원이더라구요. 뭐 200원 오른 게 큰 거냐 하겠지만, 늘 사먹는 입장에서는 적은 금액이 아니더라구요. 갑자기 가격이 오른 이유를 모르겠어요.”

최근 편의점이 조각치킨과 튀김류 가격을 갑자기 올렸다며 소비자들이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시기와 맞물리면서 ‘얌체상술’이거나 ‘꼼수’라며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최소 10%에서 최대 13% 올라

최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시장 1위인 GS25는 조각치킨 3종 가격을 200원 가량 올렸다.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도 조각치킨, 꼬치, 튀김류 가격을 100~200원 가량 올렸다. 인상률은 최소 10%에서 최대 13%에 이른다.

업체들은 인건비와 원부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협력사 요청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시기와 가격이 오른 시기가 맞물리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달리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란 점 때문에 더 논란이 되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닭고기 부분육 시세. 자료=한국육계협회
2019년과 2020년 닭고기 부분육 시세. 자료=한국육계협회

닭고기 부위별 가격은 오히려 하락

원부자재 비용 상승 등 협력사 요청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편의점 업체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닭고기의 부위별 가격을 살펴보면, 6개 부위의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넓적다리는 5158원에서 4569원으로 11.4% 감소했고, 날개는 6057원에서 5354원으로 11.0% 감소했다. 정육은 7524원에서 6635원으로 가장 큰 폭(11.8%)으로 감소해 닭고기 부위별 전체 평균 11.6% 인하됐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콕’이 많아지면서 닭고기 소비량이 2~3월에는 반짝 특수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영업이 감소하고 학교급식이 줄면서 소비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2019년 1분기 대비 2020년  닭고기 부분육 시세는 평균 11.6% 감소하는 등 원재료비 상승은 없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닭고기 소비형태 변화로 소비자들은 ‘닭 한 마리’에서 ‘부분육’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며 위치의 편의성과 소량과 소포장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가맹점 수가 급격히 증가한 편의점에서도 치킨 부분육은 인기 있는 품목이다.

협회 관계자는 “사실 요즘은 ‘콤보’나 ‘윙’ 등 부분육이 인기이고 치킨업체들도 부분육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닭고기 공급업체들은 난감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가슴살은 남아돌고 닭다리와 닭날개는 부족해서 원하는 부위를 제때 공급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대기업의 편의점 업체가 원재료 상승비를 운운하며 가격을 인상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3사 영업이익 대체로 ‘양호’

또 편의점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치킨값 인상에 한몫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근거도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편의점 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모두 소폭 증가했다.

편의점 3사의 2018년 대비 2019년 재무제표의 매출원가율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있겠지만, CU는 0.1%p, GS25는 0.3%p, 세븐일레븐은 2.1%p 매출원가율은 감소했다.

또 2018년 대비 2019년 영업이익 증감률을 살펴보면, CU는 1903억원에서 1955억원으로 2.7%. 세븐일레븐은 424억원에서 455억원으로 7.5% 증가했고, GS25는 1391억원에서 1803억원으로 무려 29.5%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편의점 3사의 영업이익은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은 소비자 편익으로 돌려줘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닭고기 부분육의 최근 시세와 편의점 업체의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이번에 편의점이 치킨 가격을 인상한 것이 적정한 것인지 대해 검토했다. 그 결과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에서는 국민 생활의 안정과 소비 활성화를 통해 위축된 경제 회복을 꾀하고자 5월11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정부가 제공하는 국민 안전망이므로 기업의 이익보다 소비자 편익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시기에 편의점이 인건비와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치킨과 튀김류 가격을 인상해서는 안된다. 편의점업계는 모든 국민이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다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면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편의점 가맹본부·가맹점·소비자 모두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채택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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