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조건섭 칼럼] 고객접점에서 '접촉시간'이 긴 상황인 경우, 고객을 보다 즐겁게 하는 작은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경험했던 불편한 기억 몇가지를 정리해봤다.

식당에서 통오징어를 주문해서 냄비에 끓이는 중이었다. 직원이 가위를 들고와서 잘랐다. 필자의 동영상에 찍힌 시간의 기록이 30초다..가위로 자르는 내내 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 일행끼리 서로 아주 진지하고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직원의 개입으로 그 대화가 끊긴 상황이었다. 모두 하던 말을 멈추고 꿀먹은 벙어리로 30초 내내 오징어 컷팅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직원이 뭐라도 한마디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대화로 즐거웠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사라진 상태로 참 곤혼스러운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미용실에 갔다. 원장이 머리를 컷팅하는 내내 말한마디 없이 컷팅을 하는데 너무 조용해서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차라리 할말이 없으면 고객에 대한 관심표현으로 작은 것 뭐 하나라도 물어보면 될터인데 말이다. 몇번 재방문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필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원장님!.."네?".."원장님은 원래 꿀먹은 벙어리세요?" 그랬더니 그제서야 당황했는지 넌지시 웃음을 보였다. 그래서 대화를 조금씩 이어갔다. 수다스러운 장사꾼이 성공한다는 옛말이 있다.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만들어 가려면 이야기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가장 첫번째의 출발점은 관심표현이다. 무관심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반찬을 추가 요청하려고 해도 직원은 TV 드라마에 심취되어 몇 번 불러도 반응이 없다. 필자의 일행은 할 수 없이 반찬 그릇을 들고 주방쪽으로 가야했다. 요즘 그런 식당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실제 경험한 이야기다.

그 첫마디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대화를 리딩할 수 있어야 친밀한 관계로 이어갈 수 있다. 상품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메뉴맛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감칠난 말한마디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상품으로만 경쟁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범위가 너무 넓다. 온라인에서는 글이, 오프라인에서는 말이 곧 마케팅이다. 물론 최근에는 언택(Untact)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업종마다 다를 수 있다.

일반 진열상품의 경우 한번 구경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다가오면 많이 부담스럽다. 또한 바쁜 일정으로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택시 운전자가 계속 말을 걸어온다면 부담되지 않을까? 그러나 음식점의 경우 일반 매장의 아이쇼핑과는 달리 목적성 방문이다. 점주는 방문 고객이 맛있게,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SNS광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대화과정에서 식당의 핵심 키워드를 활용 고객의 마음속에 기억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해야 한다. 말은 곧 마케팅의 시작점이다. 말을 할때 유의할 점은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주목할만한 사례가 있다. 인천 작전초등학교의 언어문화 개선을 시도한 사례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듣고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말을 피켓에 적어 매일 아침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한다. 학생들은 그 피켓을 보는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매일 아침 등교할때마다 피켓에 적힌 글을 본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이전보다 선생님과의 친밀관계가 더 잘 형성되지 않을까? 필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질문을 해본적이 있다. 식당에 방문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댓글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듣고싶은 말이 정형화되어 있다. 식당에서 고객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그 관심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신속하게 충족시켜야 한다. 말은 내 식당의 브랜드와 고객 마음의 끈을 만들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고객 마음의 울림이 없는 말은 고객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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