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에 사직서 제출까지
아시아나항공 브릿지론 이용
한신평 신용평가에 부정적
ABS 발행 막히면 자금난 예상

해외발 악재로 항공업계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 시위 사태로 지난해 경영난을 호소했던 항공업계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 항공사(LCC)는 임금을 자진 삭감하는가 하면 자금난에 빠진 탓에 브릿지론을 이용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은 항공사가 발행하는 증권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어 자칫 잘못되면 항공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24일 노사 합의를 통해 3월부터 6월까지 임금 25%를 삭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0.06%로 임금 삭감안이 통과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성수기인 1월 영업이 부진하자 이스타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조에 무급휴직을 요청했다. 노조는 조합원 모두가 한시적인 임금 삭감으로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제주항공 등은 임원진이 앞장서 임금을 자진 삭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임원진이 임금 20~30%를 반납하고 부서장도 자발적으로 임금 10%를 반납한다고 발표했다. 에어부산은 임원진 급여를 20~30% 삭감한 데 이어 모든 임원이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회사에 사직서를 맡겼다. 이밖에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등도 무급휴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4분기 적자 6,726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일본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하면서 여객 수익성이 하락했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물 수익성도 나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매출액 5조 9,538억원, 영업손실 3,683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비용 증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정비충당금 추가 적립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2일 KB증권으로부터 1,000억원을 브릿지론으로 빌리기로 했다. 브릿지론은 일시적 자금난에 빠질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대출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9월말 기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5,061억원을 빌렸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은 9월 30일 만기되는 대출금(2,206억원)을 갚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국내 항공사들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고 진단했다. 항공사는 항공운임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서 AB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기기관이 항공사 ABS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 ABS 조달 금리가 높아지거나 발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항공업체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임원진 임금 삭감 등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한창수 사장 아들의 채용 의혹이 불거져 내우외란에 빠졌다. 한 사장의 둘째 아들이 2017년 일반관리직으로 입사한 데 이어 큰 아들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신입 조종사 부기장 인턴직에 합격했다. 아시아나항공 안팎에는 회사를 위해 살신성인해도 모자랄 상황에 사장 아들이 입사했다는 사실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LCC 강자 제주항공은 2019년 적자가 361억원이었다. 제주항공도 2019년 9월말 기준으로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620억원을 빌렸고 올해 9월 30일까지 103억원을 갚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차입금을 추가 조달하지 않는 이상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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