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 “뇌물 수수 부당한 처사”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회삿돈 횡령 인정
삼성그룹 다스 소송비 대납 163억원 인정
재판부 “불공정 사면, 반성 없어 안타까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9일 피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뇌물)했다는 이유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회삿돈 약 349억원을 횡령했고, 미국에서 열린 다스 관련 소송과 관련하여 삼성그룹으로부터 총 163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기소할 당시 뇌물 혐의액은 111억원이었지만 항소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되면서 뇌물에 해당하는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액이 163억원으로 늘었다.

재판부는 다스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횟삿돈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이 부정한 이익을 취해 국가가 부패하는 것을 막아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의무를 저버리고 사기업이나 공무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부당한 처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과 다스가 받은 뇌물 총액은 94억원에 달해 액수가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피고는 대통령으로 일했던 2009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삼성그룹 이학수 전 부회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2007년 다스 관련 미국 소송을 맡은 변호사를 만났는데 법률적 비용이 들어가니 삼성에서 내주길 바란다는 부탁을 받았고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며 당시 대통령 후보군으로 꼽혔던 피고의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권이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범햄을 부인하며 다스 직원이나 삼성 직원이 허위진술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 관련하여 재판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취소하며 선고를 마쳤다. 선고가 끝나자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청객과 악수하며 “고생했어, 갈게”라고 말한 뒤 구치감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3월 6일 보석으로 석방되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350일 만에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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