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오가노이드’ 배양 세계 첫 성공…맞춤형 정밀의학 가능

오가노이드에 항암제 적용해 최적 약제 선택…바이오칩 약물평가 시스템도 함께 개발 동물실험 대체…신약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 단축

2019-10-10     박은숙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개인별 특성 재현한 폐암 ‘오가노이드’ 배양에 성공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박은숙 기자]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폐암세포를 배양해 개인별 특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배양 기술을 확립하고,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약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전임상시험 암 모델로서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험용 쥐에서 암세포를 키워 항암제를 연구하는 대신, 폐암 환자들의 개인별 특성을 시험관에 그대로 재현한 ‘아바타’ 바이오칩에 여러 종류의 항암제를 적용할 수 있다. 환자들이 맞춤형 항암제를 찾을 수 있게 되고 폐암 신약개발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장세진 교수 연구팀은 “폐암은 암 사망 원인 중 1위인 고위험 암으로 혁신적인 항암제와 치료법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직학적 특성과 유전체 변이 특성이 다양하며 기존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쥐나 토끼같은 실험동물도 많이 소요돼 대체 플랫폼인 암 오가노이드의 개발이 절실했다”고 전했다.

암 오가노이드란 환자의 조직 특성을 체외에서 재현한 암 모델로, 환자의 암 조직을 소량 채취해 생체 내 기질과 비슷한 구조에서 3차원으로 배양한 암 조직 유사체다.

장세진 교수팀은 환자의 폐암 조직을 소량 채취하여 생체와 유사한 구조에서 3차원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폐암 세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여러 성장인자들을 조합해 최적화한 배양액을 만들어 정상세포는 억제하고 암세포만 자라게 해 생체와 유사한 암 조직구조를 이루게 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배양에 성공한 환자유래 폐암 오가노이드는 모체가 되는 각 환자의 폐암 조직 유형과 일치했고, 유전체 변이 특성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양된 환자의 폐암 조직은 살아있는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환자의 암 아바타로써 시험관 내에서 다양한 항암제로 시험치료를 한 후 최적의 항암제를 선택해 환자에게 적용하는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동물실험을 대신할 수 있고, 신약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 장세진 교수는 융합의학과 정기석 교수와 함께 암 오가노이드를 빠르게 배양하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미세유체칩 원스톱 시스템도 개발했다.

미세유체칩 원스톱 시스템은 미세유체 생리시스템을 이용해 암 오가노이드를 바이오칩 위에 빠르게 안착하고 배양한 뒤 약물을 평가한다.

장세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독자적인 암 오가노이드 배양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서울아산병원에서 보유한 국내 최대 수준의 풍부한 임상데이터와 유전체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형 정밀의학 모델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폐암 오가노이드 바이오뱅킹은 구축이 완료됐고, 한국인이 고위험에 속하는 대장암, 위암, 간암의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바이오 뱅크를 구축 중에 있으며 정밀의학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어, 더 많은 환자들이 최적의 항암제를 찾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