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영장 기각…롯데수사 ‘제동’
법원 “범죄 혐의 다툼 여지 있어”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정부를 상대로 270억원대 소송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장석 영장전담판사는 19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롯데그룹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계열사 현직 사장에 대한 영장은 두 차례 모두 기각됐다.
앞서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제3자 뇌물교부, 배임수재 등 혐의로 허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사장은 기준(70·구속기소) 전 롯데물산 사장과 공모해 2006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허위 자료를 근거로 법인세 환급 신청을 내 법인세 220억원 등 총 270억원을 부당하게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세금 부정 환급 소송과 별도로 개별소비세 대상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13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허 사장이 재임 당시 국세청 출신인 세무법인 T사 대표 김모씨에게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잡고 제3자 뇌물교부 혐의를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협력업체에서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확인됐다.
애초 검찰은 허 사장을 구속해 신동빈 그룹 회장의 범죄 연루나 비자금 조성 여부, 롯데케미칼 원료 수입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통행세’ 형식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연이은 영장 기각으로 제동이 걸렸다.
롯데그룹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계열사 현직 사장 두 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그룹 핵심 임원들에 대한 신병확보가 무산되면서 그룹 오너 일가를 향한 수사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격호(94) 그룹 총괄회장 등의 수천억원대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허 사장 등 그룹 핵심 멤버를 구속해 오너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검찰이 ‘영장 기각’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 탈루 뿐 아니라 배임수재 등 여러 범죄사실을 추가했는데도 영장이 기각된데 대해 검찰 내부의 충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