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과자, 과일소주도 가만히 있는데 뭐가 문제?

샘표VS대상 양보 없는 베끼기 논란, 식품업계에서는 흔한 일

2015-08-11     강연주 기자
▲ 목동 SSG 푸드마켓에서 있었던 대상 청정원 파스타소스 행사장과 샘표 폰타나 홈페이지, 블로그, 페이스북 비교(출처=대상, 샘표)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두 식품 업체 대상과 샘표가 파스타소스 콘셉트 도용 여부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동종업계 간에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슷한 제품 출시는 식·음료업계에서 흔한 일인데 두 업체가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샘표식품이 9일 대상 청정원이 지난 6월 새롭게 출시한 ‘이탈리아 파스타소스’에 대해 샘표식품의 ‘폰타나 파스타소스’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상은 샘표식품이 악의적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9일과 10일 연달아 콘셉트 도용을 반박했다.

◆대상vs샘표, 베낀 콘셉트 파스타소스 싸움

샘표 측이 대상에서 따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파스타소스는 ‘폰타나’다. 이 제품은 샘표에서 2013년 11월 ‘맛으로 떠나는 여행’을 브랜드 콘셉트로 적용해 지역별 정통 레시피를 기반으로 출시해 현재도 판매되고 있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대상 청정원의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나온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는 올 6월 출시돼 7일부터 9일까지 SSG 푸드마켓 목동점에서 시식행사 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대상 측은 SSG 푸드마켓 목동점에서 있었던 파스타소스 프로모션에서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문구를 들고 있었다. 또한 ‘이탈리아 정통 소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샘표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두 제품의 콘셉트는 유사한 부분이 여럿이다. 그것은 폰타나 페이스북 및 홈페이지, 두 제품의 뒷면 문구 비교, 프로모션 행사 현장 배너 등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 대상 이탈리아 파스타소스와 샘표 폰타나 파스타 소스 뒷면 비교

콘셉트 도용에 휘말린 대상은 샘표 측에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문구는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상용구며 상표로 등록돼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샘표는 대상을 이용해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계속되면 대상도 강경 대응할 것이다. 더욱이 11년 전 청정원이 출시했던 ‘쿡조이’에서 그 문구를 먼저 사용했는데 오히려 샘표가 따라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표했다.

이러한 대상의 반박에 샘표 관계자는 “자사는 ‘상도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법적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상이 얘기하고 있는 쿡조이는 이미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폰타나는 이제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상 청정원이 그 제품을 내놓기 전에 ‘맛으로 떠나는 여행’은 현재 시장 내에서 자사 폰타나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콘셉트였다”며 대상을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동종업계에서 비슷한 콘셉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자사 제품과 대상 제품에 대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먼저 출시한 폰타나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자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 다른 데는 다 가만히 있는데 왜 ‘대상-샘표’만 난리야

실제 식품업계의 미투제품(me-too product) 사례는 많다. 미투제품이란 한 업계에서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면 너도 나도 비슷한 콘셉트로 내놓은 유사상품을 말한다.

최근 농심에서 출시한 굵은 면의 짜장라면 ‘짜왕’이 인기를 끌자 오뚜기에서는 이와 비슷한 ‘진짜장’을 출시했다. 짜왕은 ‘중국식 정통 간짜장’을, 진짜장은 ‘정통 옛날 짜장’을 콘셉트로 하며 서로 다르지만 굵고 쫄깃한 면, 풍부한 건더기 스프, 프리미엄 짜장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12월 ‘비비고왕교자’를 출시해 지난해 가을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냉동만두 1위를 유지하던 해태의 고향만두를 제치고 점유율 41.1%로 1위에 등극해 교자만두 시장의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비비고왕교자가 인기를 얻자 동원, 해태, 오뚜기, 풀무원 등 식품업계는 원래 출시일보다 앞당기면서 유사 상품을 내놨다.

동원F&B에서는 100% 제주산 생돼지고기를 사용했다는 ‘개성 왕교자만두’를 출시했고 해태제과는 ‘순% 소담만두 왕교자’를, 풀무원은 일반 교자만두의 2배로 크기를 키운 ‘푸짐한 만두’를 출시했다. 특히 동원F&B는 원래 올해 9월 출시 예정이었으나 출시일을 3달이나 앞당겼다.

이밖에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이후 불었던 허니과자 열풍, 허니버터와 허니머스타드 논란, 롯데주류의 순하리 이후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및 과일향 소주 열풍 등도 미투제품에 해당한다.

미투제품은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얼마 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IOPE)가 출시한 에어쿠션 파운데이션이 인기를 얻지 유사 상품이 쏟아져 나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대상과 샘표의 콘셉트 싸움을 비롯해 인기 있는 제품을 따라하는 식의 유사 상품이 늘어나자 업체가 독자적인 제품 개발 및 연구에 소홀해지고 요행에 따라가게 된다면 국내 업계의 발전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 중 한 명은 “대상과 샘표 중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업계에서도 지켜보는 중”이라며 미투제품과 이번 콘셉트 도용 싸움에 대해 입장을 아꼈다.

한편 이번 콘셉트 도용을 제기한 샘표식품 관계자는 “브랜드 콘셉트의 방향을 잡고 제품을 출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든다. 시장 내 자리잡고 있는 브랜드를 유사하게 해 가져가는 미투제품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식품업계의 이런 관행이 하루빨리 근절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