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제인 특사, 찬반 대립 엇갈려

찬성 “기업인 역차별 안돼”, 반대 “국민 분열 가속화할 수도”

2015-07-19     정명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원내 지도부와 회동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여권 수뇌부와의 회동에서 경제 사범에 대한 특별 사면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동안 경제인 특별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박 대통령은 일단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특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특사 요구에 ‘검토’ 화답으로 가능성 열어

박 대통령과 새 여당 지도부는 이날 35분간의 회동에서 이번 8·15 특사와 관련, 서민·생계형 범죄자 사면, 경제 활성화 차원의 경제인 사면 등의 논의가 오갔다. 이에 박 대통령은 "현재 사면 대상과 규모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검토 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경제인 사면 검토'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부정적으로 여겨왔던 ‘경제인 사면’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음에 따라 재벌 총수 등 경제인과 정치인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명분·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소신으로는 특별 사면 기준이 다소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폭넓게 검토하되 국민정서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대상이 경제인이냐, 아니면 정치인이냐, 민생사범이냐에 따라 적용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역 기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경제인 중에서는 형기의 절반 이상을 채운 최태원·최재원 형제(SK회장·부회장),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 경제인 역차별 안돼, 사회 공헌 기회 줘야

이에 따라 기업인들의 사면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발전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활성화”라며 “그동안 기업 현장을 떠나계신 분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어 “기업들의 장점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대규모 투자인데, 그것들은 기업인들의 과감한 의사결정 때문”이라며 “그동안 여러 기업들이 경영인, 기업인의 부재로 인해 투자가 진행이 되지 못했던 경우가 상당히 있었는데, 기업인 사면이 이뤄진다면 그런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 투자가 촉진되고 이것이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반발 정서에 대해 “그런 여론은 알지만 현 정부 들어와서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 처리라든가 검찰이나 사법부, 여론의 태도를 볼 때 결코 유전무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기업인들에 대해서 더 엄격한 법집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인에 대한 특혜를 저희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요건이 갖춰져 있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도 17일 법무부에 ‘포용적 경제인 특별사면 청원서’를 제출해 경제인 사면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청원서를 통해 "청년 일자리 부족, 내수 및 수출부진 등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기업인들이 투철한 사명감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그 이익을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과오를 범한 경제인들이 다시금 우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이해와 포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 경제 안 살아나고 정권 불신만 가중돼

반면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재벌 총수 한두 명 사면한다고 투자가 늘거나 경제가 살지는 않는다”며 “특별사면은 철저하게 정치적 사안으로, 대통령의 결단에 기초해 잘못된 결단을 하지 않기를 분명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재벌총수와 비리정치인, 부정부패 세력까지 망라하는 ‘큰 범죄 사면’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면서 “대기업 사내유보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거나,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일이 통 큰 사면보다 우선할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법치와 정면 충돌한다"며 "국민적 합의도, 공감도 얻지 못한 사면은 정권의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정, 비리 경제·정치인 사면은 우리 경제의 질서와 정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또한 17일 논평에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면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공약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사면의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부패한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 남용은 도리어 힘없고 배경이 없는 국민 사이에 위화감만 조장해 국민 분열만 가속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