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임에 집중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약진, 어디까지 이어질까
[소비자경제=김민진 기자] 세계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찬밥 취급을 받았던 콘솔게임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에 주력해 온 국내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에 진출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 시장의 커다란 화두로 등장한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진출 성과와 이유를 살펴본다.
국내 게임사들의 경쟁적인 패키지 게임 도전
한국은 전통적으로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에 주력하는 나라다. 2022년 한국의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역대 최고인 22조 2000억 원을 달성,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산 콘솔게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할 정도로 콘솔게임 분야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시장이 한국이다.
한때, 다크사이드 스토리,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화이트데이, 창세기전 등 지금 돌이켜봐도 게임성이 뛰어난 성공적인 패키지 게임이 국내에도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부족한 저작권 인식으로 인한 불법복제와 잡지 부록, 시대적 변화 등 여러 이유로 한국의 게임사들은 패키지, 콘솔 게임에 대한 투자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돌려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약 20여 년이 흘러, 국내 게임사들은 다시금 패키지 게임의 대명사 격인 콘솔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9월 18일, 네오위즈 산하 스튜디오인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는 국내에서는 한 번도 개발된 적 없는 소울류 3인칭 액션 RPG인 ‘피의 거짓’을 출시했다. 피의 거짓은 한 달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기록했고, 클로벌 누적 이용자 수는 700만 명을 기록했다. 네오위즈는 이 게임의 흥행으로 2023년 영업이익이 2022년보다 62.2% 증가해 317억 원을 달성했다.
이보다 3달 앞서서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데이브 더 다이브’를 출시했다. 스팀은 물론이고 콘솔과 닌텐도로도 출시된 이 게임은 국내 싱글 패키지 최초로 누적 판매 4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세계적인 평론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이라는 ‘머스트 플레이’ 배지를 획득했고, 글로벌 게임 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다.
시프트업에서는 올해 4월 26일, 국내 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작으로 출시된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글로벌 유저 평점 9.3점을 받았으며, 이는 역대 PS5 게임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연이은 호평에 판매량도 순항 중이다. 출시 한 달만에 100만장 판매를 달성하며 전 세계 PS5 스토어 판매량 톱5에 진입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패키지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콘솔게임의 신화를 본 게임사들도 가세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넥슨은 7월 2일, 3인칭 루트 슈터 액션 게임인 ‘퍼스트 디센던트’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자회사인 네오플에서는 ‘퍼스트 버서커:카잔’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쓰론 앤 리버티’의 콘솔 버전을 개발 중고 펄어비스에서는 개발 소식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던 ‘붉은 사막’을 만들고 있다.
콘솔게임에 눈을 돌린 게임사들, 이유는?
국내 게임사들이 자신들이 강점을 보였던 모바일,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콘솔게임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 팬데믹 당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 여가를 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콘솔 보급률이 크게 늘어났다.
더불어 9세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가 출시되면서 콘솔에 대한 관심도 크게 집중되었다.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국내 게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전체의 58.9%, 13조 720억 원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콘솔 게임시장의 비중은 5.1%에 불과했지만, 규모 자체가 2018년 41.5%, 2019년 31.4%, 2020년 57.3%, 2022년 6.4%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콘솔게임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를 게임사들은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에서 찾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페이투윈(Pay to Win)이라는 게임 내에서 강해지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에 익숙했다.
하지만 최근 게임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은 페이투윈 게임보다는 동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겨루거나, 하나의 짜여진 이야기를 감상하는 형식의 게임을 즐기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고, 국내에서는 아직 미개척의 신선한 장르라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1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논의하고 발표했다. 열두 차례 자문회의를 통해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업계, 학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수립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게임 업계의 고민이 담겨있다.
여기에서 정부는 세계에서 모바일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콘솔게임을 집중 지원할 계획을 담았다. 콘솔게임은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용자 비중이 40% 이상일 정도로 큰 분야지만 국내 콘솔게임은 세계시장에서의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콘솔게임이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국내 게임사들은 그간 모바일과 PC 온라인 개발에 치중해 있었기에 콘솔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부족하다. 비즈니스 모델도 모바일과 콘솔은 크게 다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산재하는 모바일에 비해 콘솔은 게임 자체를 판매하고, 이후, 추가 컨텐츠를 DLC 형식으로 판매하는 다소 정형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있는 모바일에 비해 한번 출시하고 나면 DLC 외에는 어떤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업계에서는 콘솔게임 개발을 ‘한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 굴지의 게임사들이 콘솔게임 개발에 도전하는 이유는 그만큼 콘솔게임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국면을 맞이할 국내 게임업계의 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