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사고 방지책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손태승 승소 판결, 지배구조법 형식논리 함몰돼 금융 규제의 기본 구조 망각” 내부통제기준의 ‘마련’과 ‘준수’를 구분하는 것은 편협한 법해석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금융감독 당국 재량권 인정해야 대표이사의 금융사고 책임에 면죄부 부여하는 금융위 TF 논의 재고 필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내부통제에 실패함으로써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금감원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손 회장 승소 판결을 내리자 시민사회단체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는 19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대표이사의 감시 의무와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에 관한 법리를 망각한 채 ‘금융사지배구조법’ 법조문 내 어구를 지나치게 편협하게 해석해 나타났다”면서 “이 법의 입법 취지나 금융감독 이론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렸다는 점,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운영실태나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이고 보완적인 법률 해석을 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크게 개탄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과정에서 내부관리에 문제가 있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취소청구 소송에서 손태승 회장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우리은행이 ‘집합투자상품위탁판매업무지침’ 등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여 거기에 법정사항을 모두 포함시켰고 내부통제기준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금융감독원장이 지적하는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대표이사가 내부통제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하였다는 사유로 제재할 수는 없어 결국 금융감독원장의 이 사건 처분사유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징계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는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금융사고 방지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의 실효성을 제고함으로써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본질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한다”며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가 검토하는 개선방안은 금융회사 대표이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논의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지탱하는 논리적 축은 ▲내부통제기준과 관련한 회사의 의무가 본질적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와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이 중에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만 규정하고 ‘준수’ 의무는 배제했다는 법 해석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감독당국의 임원에 대한 제재 적용 범위는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법 해석 방법론이다.
그러나 이 두 논리적 축은 이사의 의무,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적격성에 관한 법리나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입법 취지, 금융감독당국이 보유한 재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법으로 ▲금융회사와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추상적 의무를 적격성 요건에 명기 ▲개별 현안에서 과연 당해 금융회사 혹은 그 대표이사가 이 추상적 의무를 충족하였는지를 입증 ▲금융감독당국은 충분한 재량권을 가지고 그 입증을 통해 적격성의 유지, 훼손, 복원, 상실 등을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더 공정하고 현실 적합성을 가진 금융환경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T/F가 이런 면책 사유 명문화 시도를 포기하고 ▲대표이사가 금융회사 운영의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표이사가 적격성의 유지 여부를 금융감독당국에 입증하도록 하고 ▲적격성이 훼손되거나 상실된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이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여 그에 합당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