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5억달러 영구채 조기상환 미실시…“자금 시장 경색 우려”

국내 금융기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실시 사례 13년만 한화생명 10억달러·KDB생명 2억달러 약 반년 뒤 조기상환 시기 도래

2022-11-03     문재호 기자
[사진=연합뉴스]

흥국생명의 5억 달러 규모 영구채 조기 상환이 실시되지 않으면서 외화채권 발행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채권시장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채무 불이행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국내 기업의 달러 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흥국생명이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영구채를 조기 상환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투자심리 악화 등으로 상환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기 상환 미실시가 채무 불이행은 아니나 만기가 긴 영구채 투자자는 조기 상환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 만큼 시장의 신뢰가 깨져 향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비 실시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 채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에도 한국물 가격 급락 등 금융시장 전반에 타격을 준 바 있다. 한국물은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관련 증권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외화 발행사 입장에서는 시장 충격에 따른 인지도 하락 등 평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최성종 연구원은 “조기상환 미실시로 인해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쿠폰(이자)도 기존 4.475%에서 6.74%로 상승했다”며 “첫 번째 콜 시행일을 실질적 만기로 인식했던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연구원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들은 모두 최초 시행일에 조기상환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채권 가락 하락과 향후 투자 수요 위축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3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영구채 차환 발행 없이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을 때 손해가 막심해 투자자에게 추가 금리를 제공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 것“이라면서 “유럽 금융권에서도 지난달 비슷한 이유로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 사례가 있고 자본건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흥국생명의 올 2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이 정부 권고치 150%를 웃도는 158%인데도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 “지급여력 비율만이 재무건전성 지표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2018년 4월 외화 신종자본증권 10억 달러를 발행해 내년 4월 조기상환 시기 도래까지 약 5개월 가량 남았다.  KDB생명은 2018년 5월 2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조기상환 시기는 내년 5월경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