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5G 중간요금제?”… 이통사 생색내기일 뿐
거론되는 제공 데이터·요금 수준에 소비자 ‘불만’ 5G 중간요금제 ‘모 아니면 도’…선택권 제약 여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중간요금제가 생긴다고 해서 요금제를 갈아탈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요? 차라리 요금제 인하가 더 실속있을 것 같아요.”
“국민들이 한달 쓰는 데이터 평균이 27GB인데 24GB요금제를 출시하면 25GB 사용하는 사람들은 중간요금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거에요. 이게 소비자를 우롱하는 겁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정부의 요청에 따라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용자들의 선택 폭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한 5G 중간요금제는 월 5만 9000원에 24GB를 제공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8월에 유사한 수준의 중간요금제 출시를 준비할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요금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부 통신사가 한달 데이터 사용량을 24GB를 기준으로 중간요금제를 추진하는 데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월평균 사용량이 27GB이니 만큼 30GB 정도의 중간요금제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의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간요금제를 먼저 하겠다는 한 회사가 월 24GB를 중간요금제 대상으로 한다. 그러면 평균 사용량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데이터 15GB 미만(월 5만5000원 안팎), 100GB 이상(6만9000원 이상)으로 양분화돼 있다. 반면 5G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주로 23~27GB이다. 하지만 15GB 이상~100GB 미만 구간 요금제는 없다. 사실상 100GB 이상 데이터를 쓰는 이용자가 많지 않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상당수는 100GB이상 상품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지만, 실제 사용량은 그에 훨씬 못 미처 데이터 단가가 비싸진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동통신사가 진짜 제대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책을 한다면 또 하나의 구간을 만들거나,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하는 것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중간요금제에 대해 “요금제 선택지가 하나 늘어났지만 소비자 선택권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저가 요금제에 더 높은 데이터 단가를 부과하는 차별문제도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중간요금제’ 도입으로 중간에 선택지가 하나 추가되었지만 예를 들어 데이터를 월 평균 60GB 가량 쓰는 소비자는 더 비싼 100GB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통신소비자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데이터량에 따라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저가 요금제를 선택할수록 데이터 1GB 당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 차별문제도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5G 서비스 개시 당시 한 차례 인가 심의가 반려된 끝에 최저가 요금제로 5만원대 구간이 추가되었는데, 그 다음 구간과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너무 커 처음부터 저가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면서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데이터 1GB당 부담해야 하는 요금이 고가요금제 이용자에 비해 무려 13.8배 비싼 구조인데, 이번 ‘중간요금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중간’에 요금제 구간을 하나 추가하는 것에 그쳐 사실상 소비자 차별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진정으로 민생 안정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5G 요금제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개선하거나, 손익분기점을 넘어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두고 있는 LTE 요금을 인하하는 식의 특단의 대책을 도입해 가계가 느끼는 통신비 부담을 적극 낮춰야 한다”면서 “고물가, 공공요금 줄인상 시기에 긴급 민생 안정을 위한 특단의 통신비 인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통신3사들은 중간요금제 형태의 새로운 요금체계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중 출시하거나 발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