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요금제 선택하면 끝?…“소비자 선택권 제한 완화해야”
KT 요금제 변경 시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가장 심해 5G요금제 대비 데이터 제공량 적어 사실상 고가 강요 소비자주권 “정부, 요금제 원상회복 가능 기간 확대해야”
공시지원금을 받고 단말기를 구입한 후 6개월 사용 조건을 채워도 ‘고가요금제 강제’와 ‘위약금 폭탄’으로 요금제 하향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소비자는 신규 단말기 구매 시,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주는 공시지원금이나 일정기간 요금에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용하려는 단말기나 요금제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공시지원금이 많이 책정된 단말기라면 공시지원금이, 낮게 책정된 단말기라면 선택약정 할인이 유리하다.
다만 일부 판매점에선 선택약정 할인 혹은 공시지원금 제공이 마치 특정 요금제를 사용해야만 주는 혜택처럼 포장해 고액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편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판매업자는 24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고가 요금제를 강매하는 대리점 및 판매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전에 그렇게 영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통신사가 큰 문제”라면서 “본사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 요금제로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는 통신 요금 부담을 이유로 요금제를 하향하고 싶어도 통신사가 정한 기간과 기준요금을 준수해야 한다. 소비자가 정보미비·실수·부주의 등 무지(無知)로 인해 요금제를 변경시에는 위약금 폭탄을 맞게 된다. 준수사항을 지킨다 해도 기준구간 내에 변경 가능한 요금제가 없거나, 데이터량을 고려시 실익이 없어 사실상 고가 요금제 사용이 강제되는 실정이다.
통신사들이 소비자의 정보 미비·실수·부주의 등에 따른 추가 수입을 이익으로 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통신 분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통신 분쟁조정 신청 현황에 따르면 이용계약 관련 472건(41.6%), 중요사항 설명 또는 고지 안내 관련 380건(33.5%) 등 소비자의 무지(無知)로 인한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의 착오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는 것은 복잡한 요금 및 부가서비스 체계에 기인한다. 소비자들이 무선통신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와의 계약 형태를 선택해 공시지원금 또는 요금할인을 받게 된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시지원금과 15% 한도의 지원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8만 9000원 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각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을 위해 프리미엄패스1(SK텔레콤), 심플코스(KT), 식스플랜(LGU+)이라는 상품을 제공하는데, 이에 따라 6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요금제를 하향할 수 있다. 문제는 요금제 하향시 각 통신사가 정한 기준 요금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5G 요금제로 개통시 KT는 4만 7000원 이상, SK텔레콤은 4만 5000원 이상의 요금제로 변경해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4일 성명을 통해 통신3사가 요금제 변경 제한액을 낮추고, 위약금 폭탄으로부터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요금제 원상회복 가능 기간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주권은 “기준 요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유형은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째, 기준 요금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을 넘어 요금제 하향의 실익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5만 5000원, 10GB)로 개통하면 KT와 SKT는 기준요금 구간 내 변경 가능 5G 요금제가 없어 선택이 불가능하다. 불가피하게 LTE 요금제 변경 시 동일 구간 5G 요금제 대비 데이터 제공량 적어 사실상 고가 요금제가 강요되고 있다는 것. 심지어 LGU+는 유심이동을 통한 요금제 변경만 가능하도록 해 대리점 방문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 기준 요금 착오로 인한 위약금 폭탄 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착오로 기준 요금 이하의 요금제로 변경시 통신 3사는 요금제 원복은 당일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기준 요금은 통신 3사와 각 소비자간의 계약관계로 인한 사항으로 부당하게 청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자 착오로 인한 피해회복 절차가 없다는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4조원을 넘어섰다. 통신 3사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KT 3만 2356원, SK텔레콤 3만 740원, LG유플러스 3만 323원이며, 이는 5G 가입자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은 “국민 1인당 5G 평균 데이터량은 26.8GB지만, 통신 3사는 10GB~100GB 구간의 요금제를 배제함으로써 6만 9000원 이상의 고가 5G 요금제를 소비자들에게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면서 “통신 3사는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요금제 변경 제한액을 낮추고, 데이터 구간 요금제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요금제 원복 가능 기간을 확대해 위약금 폭탄으로 인한 분쟁을 예방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