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98%는 ‘실수요’…생활자금 비중은 2%에 불과
관계자 “전세자금 대출 늘어난 이유는 전셋값이 뛰었기 때문”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의 98%는 실수요 대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모두 119조 9670억원으로 집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이뤄진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전체 전세자금대출의 1.94%에 불과한 2조 3235억원이었다.
전세보증금이 올랐거나 새로 전세를 얻을 때 이용하는 전세자금 대출은 전세 계약이 이뤄지면 바로 집주인 계좌로 대출액이 입금되는 구조다. 전세자금 대출이 가장 명확한 실수요 자금 대출로 분류되는 이유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빌릴 수 있다. 전세계약과 전입 가운데 이른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안에 대출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 자금이 아니라 각종 외부 기금으로 운용되는 버팀목 전세자금 등은 더 조건이 까다로워 실수요 외 다른 목적으로 대출이 쓰일 가능성이 더욱 낮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2%도 되지 않는 생활안정자금을 투기자금으로 의심해 전세대출 규제를 시작한다면 빈대 잡으려고 집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전셋값이 많이 뛰었기 때문”이라며 “전셋값 상승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을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어떤 부분을 더 막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전세자금 대출 규제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일 금융지주회장단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많으니 여건 보면서 다시 한번 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