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중간계투로 ML 데뷔전…4⅓이닝 2실점 선발 가능성 확인
박찬호 추신수에 이어 세 번째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로 메이저리그 활동
양현종(33)의 꿈은 이루어졌다. 그토록 꿈꾸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중간계투로 등판했지만 4와 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 선발투수 역량을 보여줬다.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3회초 2사후 구원 등판해 4와 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팀은 4-9로 패했다.
양현종은 이날 빅리그에 등록했다. 등번호 36번을 받은 양현종은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불펜에서 대기했다. 레인저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에 앞서 “양현종은 공을 어떻게 던져야하는지 아는 아는 투수다”고 칭찬하며 “비시즌에 계속 잘 던졌고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어 신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빅리그 첫 등판은 예상보다 빨랐다. 텍사스가 4-7로 지던 3회초 2사 2·3루에서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을 불렀다. 선발 투수 조던 라일스에 이어 두 번째로 등판한 양현종은 박찬호(2002~2005)와 추신수(2014~2020)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양현종은 4번타자 앤서니 랜던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 3회초 위기를 막았다. 4회 초에는 앞선 이닝에서 연속 타자 홈런을 쳤던 저스틴 업튼과 알버트 푸홀스를 범타로 돌려세우는 등 삼자범퇴로 마쳤다. 5회 초에도 호세 이글레시아스, 커트 스즈키, 데이비드 플레처를 차례로 잡아냈다. 7타자 연속 범타 범타로 처리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순항하던 양현종은 6회 초 첫 실점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선두타자로 나온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초구에 기습적인 내야 안타를 내줬다. 다음 타자 마이크 트라웃에게도 2루수 쪽 내야 안타를 내줬다. 정상 수비였다면 평범한 땅볼로 아웃될 타구였지만, 수비 시프트 반대로 가면서 안타가 됐다.
양현종은 무사 1·2루에서 랜던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결국 다음 타자 자레드월시에게 중월 적시타를 맞았다. 추가 실점은 없었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 업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워 MLB 1호 탈삼진을 신고했다. 이어 다음 타자 푸홀스까지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 위기에서 벗어났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선두 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MLB 첫 피홈런이었다.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이글레스아스가 잘 걷어 올렸다. 스즈키의 안타로 이어진 무사 1루에서 후속 세 타자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현종은 인상적인 빅리그 신고식을 치르며 희망을 키웠다. 이날 양현종의 투구 수는 66개였는데 44개가 스트라이크였다. 포심 패스트볼(32구)를 앞세워 슬라이더(18구)-체인지업(16구)를 섞어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90.8마일(약 146㎞)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오늘을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 단순히 한 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던지면서 팀과 동료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더 많은 구종을 던져서 타자들이 힘들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빅리그는 말 그대로 꿈의 무대다”면서 “한 번 마운드에 올라간 게 아니라 앞으로 자주 던져서 팬, 구단, 선수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