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2020 결산 ②식품유통]코로나 특수 타고 ‘HMR’ 전성시대…여세 몰아 ‘K-푸드’ 날개짓

2020-12-23     노정명 기자
소비자경제 2020년 결산 ②식품유통

딱 19일만 자유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2020년 경자년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가득찼다. 학생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직장인조차 재택근무해야 할 지경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를 금융과 식품유통, 부동산, 제약바이오, 전자통신, 소비자, 문화로 나눠서 조명한다. 

①금융 ②식품유통 ③부동산 ④제약바이오 ⑤전자통신 ⑥소비자 ⑦문화

대형마트 HMR 진열대. 연합뉴스

코로나19는 2020년 세계를 팬더믹으로 몰아넣었다. 코로나 19가 사람의 접촉으로 전염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회생활(?)이 생겼다. 학교와 직장을 가지 못하고 상점은 문을 닫아야만 하는 고립의 세상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러야 했다. 이른바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식습관도 변했다. 식당은 매출이 급감했지만 배달음식과 온라인쇼핑은 특수를 누렸다.

식품유통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과 라면, 김치, 두부 등 ‘홈쿡’ 추세에 맞는 식품을 판매하는 농심,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은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K-푸드’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집밥의 위엄’ 코로나 특수

식품업계는 코로나를 맞아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질적·양적 성장 모두를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말미암아 필요한 식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해 집에 비축하는 경향이 생겼다. 특히 ‘아주 가까운 구매처’인 편의점 이용이 늘었다. 외부활동이 줄면서 홈밥과 홈술 문화까지 생겼다. 이에 따라 가정간편식(HMR)과 라면, 생수 등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식품을 구입하는 유통채널도 변화를 보였다. 원거리 마트에서의 대량 구매보다는 근거리의 간편구매가 늘어났다. 배달이라는 ‘비대면 식사’가 주류가 돼버렸다. 내가 필요한 것만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구독경제’도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코로나가 바꾼 식생활과 식품유통의 변화는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수준으로 변이됐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는 팬데믹이라는 절체절명의 시대를 맞아 ‘비대면’이라는 디지털과 대면하게 되고 ‘배달’이라는 속도를 만나 역설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 외식과 급식 업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고객이 줄어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면 접촉이 줄면서 외식업과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사업이 매출이 급감했다.

HMR 조연에서 주연으로

식품업계 올해 가장 핫한 부문은 역시 HMR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간편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이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HMR 시장 규모는 국내 출하 기준으로 2013년 2조 841억원에서 2017년 3조 7909억원으로 5년간 8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는 약 4조원, 올해는 5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식사법 변화’라는 조사에 따르면 ‘외식이 줄었다’는 응답은 84.7%인 반면 ‘HMR 구매를 유지 혹은 확대했다’는 응답은 75.7%에 달했다. 또 코로나 19가 장기화 될 경우 ‘외식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98.6%였고, ‘HMR 소비를 유지 혹은 확대시키겠다’는 응답은 94.1%를 기록했다.

 HMR 급성장은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과거의 ‘조연’에서 벗어나 이제 맛과 품질은 물론 가성비, 편의성, 패키징, 조리방법 등이 세분화되면서 ‘주연’으로 고급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컵밥·국·탕·찌개·반찬류 위주였던 기존 간편식에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제품, 레스토랑 간편식(RMR), 밀키트 등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배달 없는 세상은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주류를 이루면서 ‘배달 서비스’는 식생활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20조원대로 추산된다.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약 90만명에서 지난해 2500만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3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중 10명 중 6명은 배달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재유행 이후 꾸준히 배달 수요가 증가한 배달앱 업계는 최근 점포들의 입점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될수록 입점 점포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배달앱 업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배민)은 늘어난 입점 문의 탓에 지난 10월 업무를 전담하는 지원센터를 오픈했다. 배달의민족은 센터에 접수된 11월 신규광고 가입문의 건수를 확인한 결과 전년동기대비 11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음료업계도 점점 커지는 비대면 서비스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부응한 다양한 배달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11월 배달 서비스 시범운영 매장인 역삼이마트점을 개점했다. 비비큐는 지난 6월 배달 전문 매장(B.SK·비비큐 스마트키친)을 선보였다. B.SK는 8∼12평 정도의 소규모 매장으로 방문 고객 없이 배달 또는 포장 고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배달은 배달대행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겐다즈도 전세계 최초로 배달 전용 매장 서울 사당DV을 선보였다. 롯데GRS도 강남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스카이31 딜리버리&투고를 오픈했다. 

택배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일찍이 당일배송 시장의 포문을 연 쿠팡의 폭풍성장은 SSG닷컴 등 경쟁업체들이 ‘당일배송’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심지어 1시간 배송 상품도 등장했다. 최근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쿠팡에 대적하는 한국판 택배체계를 갖추고 당일배송 등 상품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키오스크 비접촉 스크린 ‘에어택트’. 연합뉴스

비대면의 진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간혹 보였던 키오스크가 대중화되고 무인편의점이 운영되는가 하면 터치식 가상버튼 시스템도 등장했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도입은 날이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1350개 매장 중 825개, 맥도날드는 420여 매장 중 250여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버거킹은 현재 90%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고 KFC는 지난해 전국 196개 매장에 키오스트를 설치해 ‘키오스크 100%’를 달성했다.

키오스크 도입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도 한창이다. 편의점 CU는 야간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바이셀프 점포수가 100여개를 넘었다. 이마트는 142개 매장 중 95곳에서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코인트래빗과 협력해 외화 잔돈을 신세계상품권으로 교환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니플렉스’ 키오스크를 성수, 용산, 죽전 3개 점포에 설치했다.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영화관, 커피숍, 김밥전문점, 심지어 옷가게까지 키오스크 도입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 확산에 대한 불안감에 키오스크나 자판기 등의 버튼을 누르는 것도 꺼려지고 있다. 이에 접촉하지 않고도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비접촉 터치스크린 자판기’가 등장했다. 인공지능 카메라가 사람의 시선과 손가락 끝의 거리를 계산해 어떤 버튼을 눌렀는지 인식하는 원리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엘리베이터나 터치스크린 제품에도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활용 분야도 넓다.

지난 8월 태국 방콕 칼튼 호텔에서 열린 ‘K-푸드인 방콕’ 상담회. 연합뉴스

코로나 뚫고 해외로 ‘K-푸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글로벌 수요가 폭증한 ‘건강’과 ‘집밥’ 관련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상했다. 김치, 막걸리는 대표적인 발효음식으로 유산균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김치 수출액은 1억 3152만달러(약 1440억원)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2년(1661만달러, 1167억원) 기록을 갱신했다. 국내 포장김치 양대산맥인 대상의 ‘종가집’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수출은 올해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순당은 올 11월까지 623만 달러 규모의 막걸리를 수출하며 작년 전체(61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9.8% 늘어난 670만 달러로 예상된다.

라면은 전 세계의 비상식량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5억 4972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8.4% 증가하면서 지난 한해 수출액(4억 6700만 달러)을 넘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관 기간이 길고 조리도 간편해 주목받은데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의 합성어) 효과도 컸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는 내년에는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한 슈완스의 유통망을 통해 월마트·크로거·타깃·푸드시티·하이비 등 미국 전역의 글로서리 채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김치와 만두, 김 등의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청정원과 종가집 등 유명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거점 해외사업 영역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

동원F&B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참치의 건강성을 강조하고 참치캔을 활용하는 레시피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각종 양념이 곁들여진 요리용 참치캔 등을 선보여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