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2020 결산 ①금융] 탐욕과 투자…옵티머스에 울고 공모주에 웃고
딱 19일만 자유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2020년 경자년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가득찼다. 학생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직장인조차 재택근무해야 할 지경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를 금융과 식품유통, 부동산, 제약바이오, 전자통신, 소비자, 문화로 나눠서 조명한다.
①금융 ②식품유통 ③부동산 ④제약바이오 ⑤전자통신 ⑥소비자 ⑦문화
2020년 금융계는 역발상 천지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는 역성장했지만 오히려 주식시장은 뜨거웠다. 개미로 불리던 개인투자자는 한국주식을 파는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는 126년 전 외세에 맞선 동학농민군에 빗대어 동학개미로 불렸다. 동학개미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자 공모주 열풍도 불었다. 그러나 2020년 금융계 최대이슈는 사모펀드 사기사건이다. 믿음의 상징었던 금융기관이 앞장선 사기사건은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다.
옵티머스와 라임사태
라임부터 옵티머스까지 사모펀드 사기사건은 2020년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라임은 펀드 돌려막기 끝에 1조 6천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낳았다. 라임 사건은 겨울부터 봄까지 금융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초여름에 터진 옵티머스 펀드사기는 금융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들썩였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던 옵티머스는 펀드 설계부터 사기를 쳤고 매출채권을 위조하다가 적발돼 충격을 줬다.
펀드사기는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옵티머스 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번졌다.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정치권은 들썩였다. 옵티머스 고문이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옵티머스 핵심사업인 봉현 물류단지 인허가를 위해 이재명 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이낙연 대표 측근은 옵티머스 펀드자금을 빼돌린 ㈜셉틸리언으로부터 복합기 요금을 지원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졌다.
여권발 옵티머스 의혹과 함께 야권발 라임 의혹도 불거졌다. 라임 사건으로 구속된 김봉현씨가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국민의힘 윤갑근 충북도당위원장은 구속됐다. 대구고검장 출신인 윤갑근 위원장은 “정상적인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를 받은 것이고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법률사무를 처리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11일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라임 펀드 판매를 중단했던 우리은행에 판매 재개를 도운 대가로 2억 2천만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라임 사건과 관련하여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경영진을 징계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이 있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내년 1분기까지 제제심의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감원이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판매사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펀드 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증시큰손 동학개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1%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경제는 역성장했지만 동학개미가 이끈 주식시장은 뜨거웠다. 주식시장에서 호구 또는 개미로 불리던 개인투자자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1월부터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 때마다 사들였다. 약세장에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동학개미는 역발상 투자로 주식시장에 불을 지폈고 상승장을 주도했다. 동학개미 덕분에 코스피는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동학개미의 역량은 곧 유동성의 힘이다. 증시 상승을 주도한 동학개미의 실탄은 넘쳐난다.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8월 50조원대를 돌파하더니 11월 65조원대까지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도 19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 9조원이었던 잔고가 9월 18조원에 육박하자 증권사가 잇따라 신규 신용융자 약정을 중단할 정도다. 신용융자잔고는 10월 16조원대로 줄었으나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잔고가 늘어나고 있다.
증시 큰손이 된 동학개미는 금융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3월 증시 변동성을 줄이고자 6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했다. 한시적 조치가 끝나기에 앞서 동학개미 사이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정부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입김이 커진 동학개미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과 함께 정부는 각종 제도 개선책 및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모주 열풍주의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공모주 열풍이 불었다.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SK바이오팜이 여름에 따상을 기록하더니 카카오게임즈가 가을에 따상(따블 상한가)을 기록했다. 따상이란 공모가 두 배를 시초가로 결정했는데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을 일컫는 증권가 속어다. 증권가 속어 따상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질 정도로 공모가 열풍은 뜨거웠다.
SK바이오팜은 7월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공모가는 4만 9천원(액면가 500원), 시초가는 공모가 두 배인 9만 8천원이었다. SK바이오팜 주식이 상장되자 사자 주문이 쏟아진 끝에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모주 청약자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160%였다. 부동산 규제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리다 보니 공모주 인기도 뜨거웠다. SK바이오팜 주가는 22일 현재 17만 2,500원이다.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 58조 6천억원을 모았던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이 일으킨 공모주 열풍은 카카오게임즈에도 불었다. 따상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카카오게임즈(공모가 2만 4천원) 주가는 22일 현재 4만원대에 머물렀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10월에 상장됐다. 빅히트는 상장 첫날인 10월 15일 공모가 두 배인 27만 500원에 거래가 시작해 잠깐 따상(35만 1천원)을 기록했지만 치솟던 주가가 빠지기 시작해 22일 현재 15만 4,500원에 머물렀다.
명신산업은 공모주 가운데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 공모가 6,500원이었던 명신산업은 7일 코스피에 상장해 22일 현재 주가 4만 8,150원이다. 보름 만에 공모가보다 여섯 배 이상 오른 셈이다. 공모주 열풍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해결돼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므로 공모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