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진칼 신주발행 허용…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본격화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 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차질없이 추진할 것” 한진그룹 “3자연합도 책임있는 주주로서 뜻 모아주길” ​​​​​​​KCGI의 반격, 노조들의 반발, 자금 확보 등 첩첩산중

2020-12-01     노정명 기자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반대한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KCGI와 고용불안에 떠는 노조 반발, 그리고 막대한 자금 확보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산업은행은 계획대로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투자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해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진그룹 측은 가처분신청 기각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3자연합 KCGI도 책임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CGI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의 제3자배정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유감이다. 관계당국과 사법부의 고심은 이해하나, 이번 결정이 시장경제원리 및 상법과 자본시장의 원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면서 “KCGI는 그동안 천명해온 항공업 재편의 공론화,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및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 한진칼 주주들과 함께 경영진을 감시하고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산업은행은 1일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것을 환영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면서 “KCGI도 그간 주장해 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의 첫 고비는 넘겼지만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노조와의 갈등 해결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고용안정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노사정 회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반면 대한항공 조종사를 제외한 직원 약 1만 200이 소속된 대한항공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조는 인수 찬성 의사를 밝혀 노노갈등까지 불거진 상태다.

또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필요한 자금 확보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금 확보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칸서스·미래에셋대우를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자회사인 항공종합서비스가 운영 중인 공항버스 사업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 대한항공은 내년 6월까지 송현동 부지 매각을 완료해 4500억~5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는 계약 완료 시점을 정해놓지 않고 있다.

두 항공사 통합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뿐 아니라 외국 정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또 대한항공이 내년 6월께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면 공정위가 독과점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회생 불가능성 등을 검토해 7월께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2일 산은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5000억원을 한진칼에 납입하고, 3일 한진칼은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 한진칼은 즉시 산은으로부터 투자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4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계약금 3000억원을 예치하고, 이달 말 3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를 취득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 4000억원을 지급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에서 조달한 8000억원을 신주로 상환한다. 내년 6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잔금을 납입하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