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21일부터 순차적 무기한 파업 돌입, 정부 “의사 집단휴업 정당화 어려워”

대전협 “의료정책 전면 재논의해야” 인턴·레지던트 4년차부터 무기한 파업 예고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축소 운영될 수도

2020-08-21     김세라 기자
전공의들이 21일부터 연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각 지역으로 보낼 종이 손피켓을 봉투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정공의협회가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가 집단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업무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의 정부정책에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휴업을 강행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의료계가 아예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집단휴업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종합병원 수련 전공의들은 21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무기한 파업 이후에는 사직서 제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이러한 단체행동은 세 번째로, 지난 7일 집단휴진과 14일 대한의사협회의 1차 전국의사총파업 참여에 이은 것이다.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관계없이 이날부터 모두 업무를 중단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은 21일로 예정돼있던 수술을 연기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작업을 마친 상태다. 현재 대전협에서 파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외래진료와 입원 등의 예약을 줄였고, 삼성서울병원은 급하지 않은 외과 수술에 대해 연기조치를 취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은 파업이 지속될 경우 수술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현재 의료계는 마취과 전공의는 수술 중 마취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환자상태를 살피는 등의 역할을 하는 마취과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수술건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망한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응급수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마취과 전공의 부재에 따라 30여개 수술방 운영을 일부 감축하면 수술 역시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축소 등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성모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일부 전공의들이 배치되는데, 전공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선별진료소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히 대응해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대전협은 단체행동 중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최악의 전망에 대해 가정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전협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선별진료소 등 방역인력이 필요한 곳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력은 병원에 남는 경우가 많아 큰 혼란은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파업에 필수 유지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은 불참한다고 밝혔다. 인턴 중에서도 필수 이수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인턴도 당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보다 외래 진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전공의 파업과 관계없이 진료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 이전 금요일 외래진료는 7,300명 정도였으나 휴가 시즌에 따라 이날은 약 8,000명이 예약돼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