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2년 찬반 양론
시민단체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이후 소극적으로 기업 주주총회에 대응해와” 감사원“기업가치 훼손에만 반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세워놓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참여연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 수탁자 책임의 방기와 주주로서의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비판하며 개선방안을 촉구했다. 그러나 재계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멋대로 쓰이고 있다면서 폐지를 촉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6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2년을 맞아서 국민연금이 2018년 통과시킨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방안에 대한 이행과 개선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steward)처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자율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방안은 장기수익 및 주주권행사의 투명성 독립성 제고를 위해 발표되었으며 심각한 기업가치 국민 자산에 피해 입히는 기업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국내 기업은 지난해 기준 313개 사로 지분 10% 이상인 기업은 98개 사 정도다. 이에 국민연금이 주요 기업들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이에 참여연대는 여전히 재벌총수가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좌지우지 하는 후진적인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를 개혁하고자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대응의 성과 및 한계를 짚어보았으나 국민연금에서 지난달 31일 발간한 수탁발송 보고서를 보면 올해 초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이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새로 꾸린다는 이유로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찬반 의결권 행사 외에는 공문전송과 면담뿐으로 소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지난해 1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조양호 전 한진칼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한 정관변경 주주제안은 지지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로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효성 조현준 회장,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했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국민연금의 재정과 영향력에 직접적인 손해로 나타나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회사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존재해 국민연금의 손해가 막심해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참여연대의 추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35로 결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적정 합병비율은 실제로는 1:1.0~1:1.36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은 5200억~6750억원에 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스튜어드십 코드 등 각종 주주권 행사로 대표되는 연성규범 및 소수주주권 보장, 주주총회·이사회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 등 경성규범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법령상 위반,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 행사한 사안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하고 문제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 폐지를 주장했다. 감사원이 지난 7월 29일 공개한 국민연금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기업의 이사 선임 때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경우에만 반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세워놓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한 기업의 이사 후보에 대해선 수년에 걸쳐 일관성 없이 찬성과 반대를 반복하기도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부실 운영은 정부가 선량한 재산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구조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정부가 간섭하기 위해 도입해 원래 취지와는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냈던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6일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총괄 조직인 기금운영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도 위원장과 위원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이는 기업의 모든 중요 정보가 정부에 다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계속 기업을 옥죄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폐지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투자 판단 및 의결권 행사는 투자전문가에게 맡기고 현행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들의 의사결정을 감독하고 책임을 묻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