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③ 소득] 아파트 사고 싶은 동학개미…한국 보유자산 75% 부동산 집중
20대와 30대의 주식·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부동산 초보자를 가리키는 ‘주린이’(주식+어린이), ‘부생아’(부동산+신생아)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이런 경향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빠르게 오르는 데 반해 자신의 근로소득을 모아 재산을 형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성 곽○○씨는 지난해 1월 신혼집으로 의왕시 한 재개발구역의 아파트를 샀다. 30년된 아파트지만 재개발되면 지상 40층짜리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곽 씨는 속된 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영글) 돈을 모았다. 자신과 배우자가 그동안 모았던 돈에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받아야만 했다. 곽 씨는“지난해 1월에 운이 좋아서 급매로 나와서 나름 저렴한 가격에 샀어요”라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풍선효과로 미친듯이 오르더라구요. 현재 가격이 살 때보다 3억정도 올랐어요”라고 말했다.
보유 자산 76% 부동산에 집중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이 1경6621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평균 순자산 즉 자산에서 부채를 뺀 평균 순자산은 가구당 4억6268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집 당 부동산과 현금을 합쳐 이 정도 재산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순자산은 비금융자산(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을 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국민이 가진 전체 재산의 가치를 일컫는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7월 21일 발표한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민순자산은 1경 6621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계와 기업, 정부가 1년 동안 벌어들인 국내총생산(GDP)의 8.7배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국민순자산은 1057조 7000억원 증가했다. 토지개발 등을 통한 부동산 재산가치가 늘어난 데 주로 기인했다.
국민순자산에서 토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4.7%로 8767조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것이다. 이외 건설자산 33.4%, 설비자산 5.7%, 지식재산생산물 3.3%, 재고자산 2.6% 비중을 나타내 토지자산과 건설자산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우리나라의 순금융자산은 58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의 원화환산액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투자를 뺀 순국제투자가 플러스를 기록한데 기인한 것으로, 전년 대비 648억달러 증가한 5009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을 돈이 이 만큼 된다는 의미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가구당(2.5인 기준) 순자산은 4억 6268만원으로 추정됐지만, 재산의 3분의 2(76%) 이상이 주택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국민은 소비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은 언제나 뜨겁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자 아파트 청약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주택 보유세 부담 증가가 확실해지면서 대책 이전 ‘묻지마 청약’ 기류에서 벗어나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지역 내 핵심지에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분양아파트 청약 경쟁률 고공행진이 지속됐다. 7월 29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은 평균 5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97㎡A형에서 나왔다. 14가구 모집에 8360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597.1대 1에 달했다. 같은 날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전용 112㎡형이 155.9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6월 30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수원시 ‘영통 아이파크캐슬3단지’ 역시 1순위 모집에서 평균 35.7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전용 84㎡형에선 최고 77.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핵심지에선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똘똘한 한 채’를 분양받으려는 청약자들의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평균 분양가 9억 원 이하인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와 영통 아이파크캐슬3단지에는 실수요가 몰렸고, 분양가 15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인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실거주와 함께 투자를 노린 현금 부자들이 청약에 대거 나섰다.
“돈 불리려면 주식뿐이다 ”
‘주식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인터파크도서에선 올해 2월부터 7월 말까지 재테크·투자 분야 도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102%) 넘게 팔렸다. 코로나 하락장에서 무섭게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동학개미 운동’을 필두로, 외국 주식을 사 모으는 ‘서학개미’, 주식투자 초보자를 가리키는 ‘주린이’, 주당 1000달러를 넘은 테슬라를 가리키는 ‘천슬라’와 ‘이천슬라’등 넘쳐나는 신조어들이 주식 열풍 시대를 실감케 한다.
주식 열풍의 가장 큰 배경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 예금 금리는 지난 6월 말 드디어 ‘0%’ 대로 주저앉았고, 금 투자도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오르는 게 눈에 보이는 주식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