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테일즈 ‘페미 사냥’…결국 피해자는 게임사와 일반 유저

게임속 성차별 대사로 인한 분란 게임업계 “더는 휘둘리지 말자” 카카오게임즈 담당자 전원 교체

2020-08-05     김세라 기자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가  “이 걸레 X이”(좌·여성비하 표현은 모자이크 처리했음)라는 대사를“망할 광대 같은 게”(우)로 수정했다가 ‘페미 사냥’을 당하고 있다. 게임 ‘가디언테일즈’ 캡처. 사진=연합뉴스

미국 개발사 콩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마케팅)하는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는 일부 남성 게이머로부터 ‘페미 사냥’을 당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가디언테일즈는 지난달 30일 추가된 이벤트 스테이지에 나오는 문장 때문이다. 국내에서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는 이 게임의 영어판에서 “You whore(성매매 여성)”로 제공되는 부분을, 한글대사에서 “이 걸레 X”으로 표기하자 커뮤니티 등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부적절한 표현 아니냐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에서 “광대 같은 게”로 바꿨으나 상당수 남성 이용자들은 “‘광대’는 급진적 페미니스트 집단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라며 “카카오게임즈 내부에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상 여성계나 페미니즘 운동권에서는 ‘광대’라는 단어에 특별히 남성 비하적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이용자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광대’관련 대사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이 나쁜 X(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재수정 공지했다. 대사에서 ‘걸레’는 빠졌지만, 여성비하 표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공지문에서 “본래 스토리의 취지에 맞으면서 욕설이나 사회 통념상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나쁜 X’ 정도의 욕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디언테일즈. 사진=카카오게임즈

끝없이 반복되며 논란의 꼬리를 물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 게임업계는 “이제 더는 일부 여론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 게임 라운지에 게재된 글이 화제다.

해당 글 작성자는 “자기들 사상 강요하는 쪽이나 한번 밉보이면 불도장 이마에 찍고 불태우는 반대쪽이나 똑같은 거 같다”며 “결국 피해 보는 건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일 것이다”라며 우려했다. 이어서 그는 “옛말에 모함에는 한 줄이면 되고 해명을 위해서는 백과사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뭐라고 해도 조리돌림하고 욕하기 바쁘고, 나도 언젠가 저런 일 당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고”라고 덧붙ㅌ였다.

해당 글에는 가디언테일즈한 언급이 없었으나, 최근 불거진 ‘가디언테일즈 페미 프레이밍’ 사태에 관한 글로 해석된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입주한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블라인드 글에 타 게임사 직원들은 “이미 갑질하는 데 맛 들인 유저들은 마음에 조금만 안 들면 낙인찍고 마녀사냥을 한다”, “한국판 주홍글씨다”, “매번 이런 식으로 분탕 종자 때문에 게임이나 일반 유저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 등 공감의 댓글을 달았다.

다른 글에서도 “12세 게임에 ‘걸레X’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기사라도 나면 게임 이미지를 망치는 것이니 바로 수정하는 것이 옳다”, “‘광대’ 의미 논란 전부터 ‘걸레X’ 수정했다는 이유로 페미 게임으로 몰지 않았나” 등 카카오게임즈가 부당한 ‘페미 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다수의 의견이 나왔다.

게임업계는 카카오게임즈가 처한 상황이 <로드 오브 히어로즈> 개발사 클로버게임즈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올해 3월 게이머들이 제작진의 사상을 검증하라고 요구하자 클로버게임즈는 “문의하신 내용은 게임 관련 문의가 아닌, 각 개인의 사상과 관련된 내용이라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에 일체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일부 남성 게이머들은 여전히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페미 게임’이라며 헐뜯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객관적·중립적 답변을 남긴 선례라고 평했다.

악성 댓글 (CG). 사진=연합뉴스 

일부에서는 가디언테일즈는 ‘페미 게임’이 아니라 여성혐오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는 게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게임 속 재판 장면에서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라는 대사가 유머 포인트로 쓰이는 점이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는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 성범죄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를 감싸거나 피해자를 모함하려고 사용하는 일종의 유행어다. 성범죄 특성상 현장을 촬영·녹음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한 조롱의 대사다.

한 이용자는 “가디언테일즈에는 허영심은 많으면서 인권을 논하는 여성 캐릭터 등 20∼30대 남성이 좋아하는 ‘페미 패는 밈’이 숨어 있다”며 “‘메갈 게임’이 아니라, 게임 제작진은 주 고객층에게 열심히 어필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는 가디언테일즈 관련 실무진을 새로운 담당자로 전원 교체했다고 공지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