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ture CEO]김영환 (주)서원인텍 회장
전자부품산업 변화에 ‘혁신’으로 대응
2005-10-28 황선아 기자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자부품 업체들은 급속히 몰락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기업군과 휴대폰 등에 강점을 지닌 신흥전문 기업군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른바 전자부품시장의 대형화,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휴대폰 등 3대 디지털 품목을 중심으로 한 신흥 전문 기업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이들은 과거 전통 전자부품 기업들의 경쟁력이었던 막대한 자금과 설비보유 능력과는 달리 첨단 기술력과 슬림화된 조직력으로 전자부품 시장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부품제조업체인 서원인텍이 바로 신흥전문 기업군에 속한다.
신흥전문기업의 눈부신 활약
서원인텍은 1983년 8월 설립이래 지금까지 휴대폰 OA 및 정보통신기기 부품 사업분야에서 고품질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수많이 기업이 문을 닫고 인수합병되는 동안에도 2000년 99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2004년 1040억원으로 증가할 정도다. 서원인텍을 설립한 김영환 회장의 소감이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24년전 대한전선 퇴사와 함께 서원특수고무를 창립했습니다. 단돈 500만원으로 봉천동 지하에 사무실을 구하고 무작정 삼성전자에 찾아갔죠. 당시 삼성의 가전업체가 성황이었는데 저는 레드오션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구미공장의 전화기 부품 납품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삼성 측에서도 주력사업이 아니라 적극 수락하더군요.”
당시 전화기 부품 제조 사업이 점차 키폰으로, 무선호출기로, 휴대폰으로 확대되면서 서원인텍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거래선 다각화를 위해 모토로라, 교세라, 노키아 등에 납품을 시도하려다 삼성전자의 제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전화기 부품 제조사업은 블루오션이었나 봅니다. 키폰, 무선호출기, 휴대폰 등 각 시대를 이끌던 정보통신기기의 생산을 책임졌으니 회사도 자연스럽게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죠. 올해는 1500억원의 매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 회장의 남다른 열정은 서원인텍의 변화를 가능케 했다. 설립과 동시에 삼성전자, 대우전자, LG정보통신을 협력업체로 만들었고 핸드폰용 사출도금인 Volime Key 사업에도 진출했다. 구미에 두곳의 공장을 설립했고 중국 천진에도 제조공장을 신설했다. 군포에는 R&D센터를 개소, 첨단 기술 확보에 온힘을 쏟고 있다.
서원인텍의 비전은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미래 경쟁력 부품개발’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조직혁신과 원가혁신, 품질혁신 등 3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21세기는 정보통신산업이 주도하는 지식화, 정보화 사회입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과 지배로 기존 시장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서원인텍의 살 길은 조직혁신, 원가혁신, 품질혁신 밖에 없습니다.”
서원인텍은 김 회장의 소신에 따라 향후 20년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도약의 초석을 다지는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우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새로운 사업분야의 도전, 품질수준 및 가격경쟁력의 글로벌화에 전력할 방침이다. 실제로 서원인텍은 2003년 1월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신소재 부문의 EL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04년에는 확대 종합투자의 일환으로 RF 및 CCM기반의 디지털 멀티미디어, GPS사업 등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내일의 나무’ 고민해야할 때
사업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르자 김 회장은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내일 심어야할 나무는 어떤 종류인지 파악하는 것이 CEO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만큼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입니다. CEO라면 회사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일은 어떤 나무를 심을까’를 걱정해야 합니다. 오늘의 나무는 금방 시들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노사는 여전히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고 한국경제는 주체를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김영환 회장은 대한전선 시절 노동귀족의 실체를 목격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노사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몇해전 눈으로 확인한 도요타의 노사문화는 그에게는 문화충격이었다.
“같은 노조원이라도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하늘과 땅입니다. 일본도 3∼4년전 극심한 노사분규에 시달렸으나 지금은 노동자 사이에서 ‘기업이 있어야 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무분규 문화가 정착됐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그는 또 한국경제의 주체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이라는 기치아래 국민 모두 경제성장에 몰입했으나 현재는 국민을 하나로 모을만한 주체가 없다는 사실에 김 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국민 모두가 잘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의 아버지들이 가계를 착실히 꾸려나가야 하는데 현재 우리는 아버지들에게 그런 모티브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국가는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을 내버려둬 기업의 경영활동을 더욱 어렵게 할 뿐입니다.”
아직도 청바지에 체크무늬 남방을 즐겨입으며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는 김영환 회장. 하지만 ‘미래의 나무’를 걱정하기에 가끔은 후배를 가르치는 심정으로 직원들에게 항상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고 한다. 김 회장의 이런 마인드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신흥전문기업, 서원인텍의 성장동력이 아니었을까.